<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커버스토리.. 전자정부 "파워 코리아"

 전자정부의 목표는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작지만 강력한 정부」다. 미국·일본·싱가포르·영국 등은 이미 91년부터 이 「작지만 강력한」 형태의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관련법제를 제정하고 최고 통치권자 직속의 정책기획·집행기구를 운영해오고 있다. 21세기 초반 이들 국가는 초기 형태의 전자정부 구현을 통해 초일류 국가 건설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2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비로소 「작지만 강력한 정부」에 대한 비전 또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 대비론」이 대두됐다. 이른바 「한국형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한번에 서비스되는 정부. 이는 집 안팎에서 밤낮으로 가능한 원스톱서비스, 구비서류 없이도 신청만 하면 되는 전자민원서비스 등을 의미한다. 전자정부 구현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민간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생산성 높은 일류 정부. 이는 문서나 자료가 전자적으로 생산·처리·유통되는 종이 없는 행정 구현을 뜻한다. 각종 정보가 「물 흐르듯」하게 함으로써 정부조직을 생산성 향상을 염두에 둔 기업조직처럼 운영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셋째, 정보네트워크로 국민과 하나가 되는 투명한 정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은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으며 국민(정보소비자)과 공무원(서비스 주체)이 언제나 가까이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속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공개와 정보보호가 상호균형과 견제 속에서 실현될 때 투명한 정부는 실현 가능해지는 것이다.

 전자정부 구현과정에서 적절하게 고려해야 할 것 역시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행정 개혁,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 정보기술 발전이 그것이다.

 행정 개혁 여부는 전자정부로 가는 첫번째 통과의례다. 이제까지 우리가 전자정부 구현과 적지 않은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행정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테면 현재 정부조직에 보급된 컴퓨터 대수와 용량이 엄청나지만 여전히 「디지털」 문서에 비해 「아날로그」 문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그동안 추진돼온 행정전산화 등 정부 주도의 정보기술 활용사업이 관료편의주의 등으로 일관한 탓이다. 한국외국어대 이주헌 교수(경영정보대학원)는 『전자정부 구현을 행정정보화와 동일시하는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은 네트워크와 인터넷 대량보급에 따른 지구촌시대 개막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흐름이 몇 시간 단위로 한국 증시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나 아직 시험유통에 불과한 유럽연합(EU)의 유로화폐가 세계 환율변동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정보화추진본부 이남용 전자정부기획단장은 『전자정부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보기술 발전 측면에서 보면 전자정부 구현과 운영은 정보자원을 체계적·과학적·합리적으로 획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의 정보기술산업 수준은 그 나라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정보기술산업의 고도화나 선진화를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지금 전자정부 관련법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지난 3월 정부조직개편 안에 대통령 직속 지식정보위원회 설치 방안이 포함됐다가 정부 부처간 이해관계 때문에 무산된 일은 전자정부 구현에 대한 우리의 목표와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존재하는가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외국 사례에서 보듯 전자정부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추진체계와 이를 지원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성대 정충식 교수(행정학)는 『최고 통치권자의 추진력과 마인드가 전자정부 구현의 핵심 요소』라며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과 업계 일부에서도 『어차피 전자정부 조기 구현이 우리 당면과제라면 법제 정비나 실천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 직속 추진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미국·일본·호주·말레이시아 등 우리보다 앞서 전자정부 구현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온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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