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을 어디에 투입하느냐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장기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 분석이다. 얽히고 설킨 SK텔레콤의 지분구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SK가 어떤 그림을 가지고 증자를 추진하는가를 따져보는 것은 이면에 숨겨진 또다른 핵심 포인트다.
SK는 우선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통화품질 향상에 5000억원, IS95C 신규 망구축에 6000억원, 하나로통신 지분인수에 4000억원 가량이다. 올해 말로 서비스가 끝나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기존 디지털망 업그레이드 및 내년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통신의 총아 IS95C 망구축 비용은 필수적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하나로통신의 지분인수 자금. 하나로의 주주인 SKT가 하나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 지분율 플러스 알파를 공언하고 있고 실제로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더욱이 SKT가 지난번 하나로통신의 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터라 이번 공언은 하나로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경우 경쟁사인 LG나 삼성을 적극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SKT와 한국통신(KT)의 관계. 오는 7월1일부터 외국인 지분한도가 49%로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 SK는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한국통신 지분(18.32%)을 사들이는 것이지만 한국통신은 안팔겠다고 버티고 있고 설사 매각의사가 있더라도 현 주가수준이 너무 높아 곧이 곧대로 매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SKT가 유상증자라는 절묘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금도 마련하고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도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SKT도 자사의 유상증자가 실현될 경우 한국통신이 3000억∼40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으로 1조4000억원을 확보한 한국통신이지만 이를 SKT 증자에 쏟아붓기란 만만치 않다. 한국통신의 DR발행 대금은 대부분 통신망 고도화에 집중 투자될 재원이다. 게다가 이 자금은 현재 외환은행 해외지점에 예치해두고 있다고 한다. 달러 환율 방어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정부가 이를 인출, SKT 증자에 쏟아붓는 것을 허용할지도 의문이다. 한국통신으로서는 갑갑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통신은 현 지분율을 유지하기 어렵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SKT의 인수는 한결 쉬워진다. 자사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SKT로는 한국통신 지분 전체를 사들이는 부담을 피하면서도 자사 지분율을 높이는 우회공격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한국통신은 SKT의 증자에 부정적이다. 최대 경쟁사에 대한 견제수단이 축소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하지만 한국통신은 일단 증자에 반대하지만 SKT의 증자가 확정된다면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 현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한국통신뿐 아니라 정통부·재경부 등의 OK사인이 필요하다. 자칫 한국통신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SK텔레콤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규모와 방법 등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외자유치가 더 이상 지상과제가 아닌 상황에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증자는 당위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몰고올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업계의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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