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펜티엄칩 관세 소급적용 재검토해야

 정부의 펜티엄칩에 대한 관세 소급부과 방침이 PC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최근 카트리지 방식 중앙처리장치(CPU)인 펜티엄Ⅱ·Ⅲ 프로세서를 기존 칩형 CPU와 달리 컴퓨터 「부분품」으로 품목분류를 다시하고 올해부터 현재 0%의 관세율을 부품 관세율인 4%로 대폭 인상 적용하는 한편 특히 98년 이전 수입분에 대해서는 당시의 부품관세율인 7.9%라는 고율의 관세를 소급 적용하는 관세 추징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산업진흥회·한국정보산업연합회·용산컴퓨터상가연합회 등 PC산업 관련 3개 단체는 7일 긴급 공동대책회의를 갖고 PC산업 발전과 실수요자인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이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청와대·국민회의·감사원 등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이같은 관세 소급적용 방침은 여러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텔사가 97년 하반기부터 출하한 펜티엄Ⅱ칩은 외형만 카트리지 방식일 뿐 기존 CPU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세청은 지난 97년 7월부터 상품화된 펜티엄Ⅱ칩의 경우 기존 칩에 영상·처리속도 기능을 첨가한 것으로 국제규범상 칩과는 다른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세계관세기구(WCO)가 지난 5월 12일 이를 표결에 부쳐 전세계 9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컴퓨터 부분품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CPU는 97년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100% 칩타입으로 개발·보급되었지만 최근 멀티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여러 기능이 추가된 카트리지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WCO 결정 이전까지 정부가 관세분류 번호를 결정, 유도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PC업체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펜티업Ⅱ칩을 구입해 써 왔던 것도 사실이다.

 또 WCO에서 최근 CPU를 컴퓨터 부분품으로 결정했다고 하지만 미국·일본 등은 이미 컴퓨터 부품류에 대해서까지 완전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유럽이나 대만 등은 WCO의 품목 재분류에도 불구하고 관세의 소급적용과 같은 극약처방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만 CPU에 대해 부분품으로 간주, 당장 올해부터 4%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거기에 98년 이전 수입분에 대해선 7.9%라는 고율의 관세를 소급부과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같은 관세 소급부과 방침은 이제 막 불황에서 벗어난 PC산업계를 뿌리째 흔드는 성급한 조치다. 당국은 지난 5월까지 내수·수출용으로 수입된 펜티엄 프로세서가 3억1349만 달러 어치인 점을 감안하면 총 과세액이 250억원에 달하나 이 중 관세환급분과 수정신고분 등을 감안하면 국내 PC업계의 실질적인 추가부담액은 약 135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IMF사태로 엄청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PC업체, 특히 중소 PC업체들에 있어 새로운 관세부과와 함께 고율의 관세 소급적용은 기업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될 것에 틀림없다.

 또 이는 국산 컴퓨터의 가격인상과 국제경쟁력 약화, 제품의 판매부진 등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결국 외제품 수입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는 등 우리나라 PC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특히 용산상가 등 전국에 걸쳐 산재된 약 1500개 중소업체에 CPU를 공급하고 있는 중소 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며 이로 인해 중소 PC제조업체들에 대한 CPU 공급중단 등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텔사의 펜티엄Ⅱ·Ⅲ CPU에 대한 정부의 관세 소급부과 조치는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정부는 업체별 사정을 감안, 필요한 경우 납기연장과 분할납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 부담임에는 틀림없다.

 만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꼭 관세부과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품목분류 재조정 시점부터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전에 아무런 예시나 예외규정 없이 단지 WCO의 품목 재분류만으로, 그것도 경쟁국들은 아무런 조치가 없는데도 우리나라만 관세율을 소급적용한다는 것은 구태여 IMF체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절치 않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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