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콘덴서·저항기 등 수동부품 생산업체들의 신규투자 의욕이 「꽁꽁」 얼어붙어 향후 제품수급에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품업체들의 설비투자는 기존 상품에 대한 투자와 신규상품에 대한 투자로 나뉜다. 전자는 생산량 증가와 제품성능 향상을 위한 것이며 후자의 경우 신제품 개발이 목적이다.
문제는 두 부문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의 생산량을 조금 늘리거나 공정자동화를 위한 부분 증설은 조금씩 진행중이다. 그러나 생산라인 확장 등 대규모 투자나 새로운 제품에 대한 투자는 「가뭄에 콩나듯」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데 힘입어 부품수요가 느는 데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휴일작업·잔업 등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콘덴서 생산설비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97년까지만 해도 2, 3개월 정도 걸리던 제품구매 협상이 지난해부터 6개월, 심하게는 1년까지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데도 결국은 없던 일로 하자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신규투자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물론 IMF.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요인은 부품업체들이 전자산업의 장기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96년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의 모든 부품업체들이 96년에 앞다퉈 대규모 설비증설에 나섰다』며 『이는 전자산업이 몇년동안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갑자기 불어닥친 IMF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으며 업체들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신규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바로 이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현상황이 지속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부품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트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전략이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경기 또한 되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선을 보이고 있는 첨단제품들 역시 부품의 신규수요를 촉발시킬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지금 준비하지 않고서는 일본·대만 등의 업체들에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모든 부품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향후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제품 개발에 나섰으며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격언에 따라 사업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업체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겨냥하고 있는 이들 업체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지금이 오히려 투자의 적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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