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전력선 이용 광대역통신 "눈길"

 방마다 설치돼 있는 전기소켓에 각종 장비를 꽂기만 하면 별도의 통신선을 연결할 필요 없이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비디오송수신·데이터통신 등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전력선이 전화선·케이블TV·광통신망 등과 경쟁하는 새로운 통신망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력선 기반 통신기술은 아직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어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지만 올해와 내년에 걸쳐 이를 상용화하려는 시도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그 성공여부에 따라 현재의 통신환경이 180도 바뀌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니키아·어댑티브네트웍스·인텔론 등은 전력선을 이용해 PC·전화기·냉장고·전등 등 각종 정보기기 및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홈네트워킹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IBM·스리콤 등 대형업체들도 전력선 기반 홈네트워킹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이를 이용한 제품 개발을 진행중이며 내년쯤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전력선을 이용해 가정 내의 네트워크 구현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과 달리 미국 댈러스에 소재한 미디어퓨전이라는 회사는 전력선 기반 광대역 통신망이라는 더욱 획기적인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개발중인 기술을 이용하면 1년 이내에 전력선 기반 통신환경의 구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전화회사와 케이블TV사업자들이 양분하고 있는 통신시장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라는 야심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특히 전화회사와 케이블TV사업자들이 데이터·음성·비디오 등 각종 정보에 대해 Mbps나 Gbps대 통신속도 구현에 주력하고 있는 데 반해 자사의 기술을 이용하면 궁극적으로 초당 엑소비트(1의 18승, 즉 100만 테라비트) 수준의 데이터 전송속도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디어퓨전의 기술은 전력선을 타고 움직이는 전자 주위에 생성되는 자기장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즉 자기장 윗부분에 신호를 실으면 전기가 흐르면서 이 신호도 자동으로 전력선을 타고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 정보는 전력선 어느 지점에서나 액세스할 수 있다는 게 미디어퓨전측의 설명이다.

 미디어퓨전은 이러한 개념에 기반해 가정의 전기소켓에 꽂도록 고안된 「나이트라이트(Nitelight)」라는 모뎀과 유사한 통신장치 세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 장치에는 전화선이나 케이블TV선을 꽂을 수 있는 잭이 있어서 이를 통해 전화나 케이블TV용 세트톱박스·TV·PC 등을 연결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전력선으로 들어온 아날로그 신호를 수신한 후 이를 해독해서 TV나 PC, 전화로 전송해주는 역할을 한다.

 미디어퓨전측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전력선이 기존 전화선이나 광통신망 기반 인터넷망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전력선에 연결돼 있지 않은 사용자와도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나이트라이트 시스템에 전화망 연결기능도 부여할 계획이다.

 미디어퓨전 관계자는 전력선을 이용하면 궁극적으로 엑소비트급 통신의 구현이 가능하지만 일반 개인사용자의 경우 단기적으로 초당 2.5Gb 정도의 전송속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최근 시제품 출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속통신기술 유니버설 비동기 디지털가입자회선(UADSL)이 제공하는 1.5Mbps의 다운로드 속도에 비해 16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PC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들어 있는 데이터 전체를 1, 2초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능이다.

 미디어퓨전 측은 나이트라이트 기술을 이용하면 고품질 실시간 영상회의나 영화 다운로드 등 지금보다 한 단계 앞선 통신서비스의 구현이 가능하며 이때가 되면 통신에서 선로의 대역폭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고 다만 컴퓨터 프로세서가 얼마나 빨리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나이트라이트 기술과 이를 이용한 장치개발을 진행해 왔으며 이와 동시에 전화회사와 전력회사·학계·정계에 이 기술이 실용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나이트라이트기술 상용화를 위한 첫 시도로 올 여름에 전력회사 한 곳과 손을 잡고 전력선을 통해 7개의 고선명(HD) TV신호 스트림을 동시에 전송하는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 테스트가 전력선 기반 통신기술이 신뢰성을 얻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퓨전은 또한 이 테스트에 이어 올해 하반기 중 1개 이상의 전력회사와 협력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이트라이트 장치 시제품 테스트에도 나설 예정이며 이어 내년 중 제품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방침이다. 제조비용과 시장수요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시스템의 가격은 70∼150달러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올 여름 실시될 테스트의 성공여부에 따라 미디어퓨전의 미래가 크게 엇갈리겠지만 현재까지는 비교적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전력회사 한 곳과 올해 말 시제품 테스트에 참여하기로 계약을 맺은 외에 6개 이상의 전력회사와는 나이트라이트 관련 기술공유 계약을 체결했으며 유럽 벤처그룹 한 곳과는 6500만 달러를 받고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지리적인 제한 없이 무한대의 통신대역폭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 차원의 자금지원도 추진되고 있다.

 미디어퓨전은 지금까지 많은 통신업체들이 전력선을 통한 통신이라는 개념을 실용화하기 위해 개발작업을 진행했으나 기존 전화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하는 실수를 저질러 실패를 거듭했다고 말하고 자사는 전력 전달시 생성되는 간섭현상과 변압기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 등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 이 분야의 선두업체가 될 준비를 완전히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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