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고서를 CD롬 타이틀로 제작, 관심을 끌고 있는 도서관이 있다. 명지대 디지털 도서관(관장 이기현 교수·http://mdl1.myongji.ac.kr)은 2000여권에 달하는 한국학 관련 고서를 CD롬 타이틀로 제작, 관련 분야 학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이들 중 많은 자료들은 4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외부에 공개돼 그동안 훼손 등의 이유로 극소수의 사람만 열람할 수 있던 한국학 관련 고서를 일반인들도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다.
명지대 디지털 도서관의 장점은 우선 고서에 수록돼 있는 사진 등 희귀한 자료를 연구실에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는 점. 예를 들어 포르투갈 선교사인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가 1598년에 쓴 「감바쿠도노의 죽음(원제:Morte Di Qvabacondono)」을 펼치면 임진왜란의 막후 인물인 히데요시와 그의 조카(감바쿠도노) 사이에 벌어진 암투와 히데요시가 조선정벌을 결심한 배경, 부산성 전투에서 평양성 전투까지의 전쟁상황 등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이 책은 제3국 사람의 눈에 비친 임진왜란에 대한 유일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학문적인 가치가 높은 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한국답사기」는 독일 「쾰른신문」 특파원이었던 지크프리트 겐테(S. Genthe)박사가 중국, 일본을 거쳐 1903년 한국을 방문했던 소감을 기록한 것으로 서울에서의 국왕 알현과 은장(훈장) 수여 등 갖가지 체험과 목격담이 잘 정리돼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물관장을 지낸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 박사가 1895년 펴낸 「코리언 게임즈」도 CD롬으로 제작됐는데 100여점의 삽화를 수록,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1893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컬럼비안 박람회에 출품됐던 조선 관계 민속자료와 펜실베이니아대학 박물관이 소장한 놀이 관계 자료를 활용해 이 책을 저술했다. 1893년 박람회는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전세계 72개국이 참가해 개최됐는데 조선은 전시관으로 전통 기와집을 짓고 각종 장식과 군사용품, 복식류 등을 전시했다.
책의 표지를 한국의 태극기로 장식한 「코리언 게임즈」는 우선 삽화만도 135점이나 수록하고 있다. 장기·윷·바둑 등의 게임 외에도 그네·널뛰기·제기차기·연날리기 등 민속놀이를 소개하는 한편 씨름에 대한 간략한 언급도 있다. 이 책은 한국의 민속놀이를 서양에 제일 먼저 자세히 알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으며, 550부 한정판으로 출판돼 희귀성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한편 한국 사람이 쓴 책 중에는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난 배경부터 진행과정을 기록한 「임윤록」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인 김병시는 고종이 1882년 6월 기우제에 행차할 때 별운검(경호원)으로 수행했다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보고를 받은 후 퇴궐하지 못하고 난이 진정될 때까지 고종 주변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과 조정 대신들의 보고 등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고서들은 이처럼 대부분 학문적인 가치가 매우 높지만 최근 국내에 반입될 때까지 유럽 각국의 고서점 등을 전전하며 낮잠을 자야 했다. 명지대와 LG그룹이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한국학 고서 찾기 운동」 운영위원들이 90년대 초부터 인터넷을 통해 각국의 고서점들을 뒤져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찾아낸 「LG연암문고」는 모두 7000여권에 달한다. 이 문고는 또 지난 97년 교육부로부터 「전문학술정보」로 지정되면서 약 3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CD롬으로 가공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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