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내달 "수입선 다변화" 완전 해제-가전시장 파장과 대책 (4)

오디오

 국내 오디오산업은 지난해말 수입선다변화제도의 보호막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선 이렇다할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오디오 수출 생산기지를 동남아시아로 옮겨 놓은 탓에 그동안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들어 환율이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해내지 못한 방어벽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수입선다변화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 오디오시장을 맘껏 유린해 온 수입업체들은 지난 97년말에 불어닥친 IMF한파에 따른 환율인상으로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경험했다.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탓도 있지만 환율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98년엔 수입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문을 닫는 수입상들이 속출하고 대다수 수입업체들도 전년대비 평균 50% 가까이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율인상이 현재로선 수입오디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지만 올들어 환율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어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수입선다변화 해제에 따른 시장변화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외국 가전업체들이 오는 7월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완전 폐지를 계기로 그동안 수입업자를 통한 우회공략에서 벗어나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한국시장을 직접 공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해 있는 외산 브랜드는 약 80여개 제품. 이 가운데 현지법인을 설립한 업체는 소니와 필립스 등 몇군데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업체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니·파나소닉·아이와·산요·JVC·샤프 등 일본 오디오업체들은 환율안정과 수입선다변화 완전 해제를 계기로 동남아시아에서 만든 저가 보급형 제품 중심에서 탈피해 일본 본토에서 직접 생산한 고품질 오디오로 한국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국내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수입오디오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제품은 아직까지는 동남아산 일체형 미니컴포넌트 오디오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슈퍼배스기능을 통해 저음이 강화된 모델과 스피커 4개로 돌비 서라운드기능을 강화한 모델이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오디오는 디자인에서 특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첨단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화려한 기능 표시창에 볼륨감과 입체감을 강조한 외형, 여기에다 복잡하면서도 화려한 입체스피커를 주로 채용함으로써 청소년과 젊은층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수입오디오의 가장 큰 약점은 가격경쟁력. 그러나 최근들어 환율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동남아산 오디오의 경우 국산제품보다도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

 더욱이 수입상들은 판매상들에게 높은 마진을 보장해 줌으로써 일부 매장에선 국산제품보다는 수입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매장에선 일단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해 놓은 다음 실판매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입오디오 업체들은 전자랜드·테크노마트 등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는 한편 최근엔 백화점과 할인점에도 저가 공세를 펼쳐 유통망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처럼 수입오디오 업체들이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계기로 마지막으로 남은 저항세력인 한국시장을 초토화하기 위해 저가 정책을 견지하면서 유통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올해 수입오디오 시장은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었던 지난해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17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IMF 이전의 1350억원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로 국내 오디오 업체들의 설자리를 상당부분 잠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오디오분야의 선두주자격인 해태전자와 아남전자의 부도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오디오 업체들이 수입 오디오 업체들의 총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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