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벤처 창업의 성공 조건

오덕환 한국IDC 사장

 하이테크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직업상 한국과 미국을 매달 오가면서 하이테크산업 관련 종사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IMF가 시작된 97년 말부터 한국에서도 벤처 창업의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정부 관련부처를 비롯하여 대학에서의 창업 동아리 활동, 지방자치단체 등 너나 할 것 없이 벤처 창업을 안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벤처기업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벤처 성공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취재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어 벤처의 회오리바람을 부추기고 있는 인상이다.

 산업경제 사회에서 인터넷경제 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주무기로 한 소규모의 벤처 창업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당연한 상황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골리앗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의 인터넷 사회는 다윗과 같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규모의 매우 활동적인 벤처기업에 적당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의 선도국가들인 영국과 일본이 경제적 쇠퇴기에 든 반면 인터넷 중심 국가로 자리잡은 미국과 인터넷에 집중하고 있는 업체들의 성장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이 즈음에 우리는 벤처 창업의 조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벤처를 창업하면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에서도 벤처 창업 수의 2∼3%만이 성공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듯이 철저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되어야만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다.

 그러면 창업의 조건은 무엇인가.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인가를 평가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즉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Marketerable」 또는 「Sellable」한가를 철저하게 평가를 하고 난 후 창업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의 현황을 살펴보면 창업자의 대부분이 이전 직장에서 연구소 또는 개발실에서 기술개발 관련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케팅적인 측면보다는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창업에 도전하곤 한다. 이렇게 창업된 회사들이 제품 및 기술을 개발하여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시간 및 금전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마련이다.

 미국의 벤처 창업자들은 첫째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철저히 평가한 후 창업활동에 들어가므로 우리와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설령 기술력이 부족하더라도 선정된 아이템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돈을 주고서라도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이 미국 시장에서는 한물 간 것일 수도 있고 경쟁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술에 의존하여 창업을 한다는 것은 효과적이라 할 수 없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저절로 많아지게 되어 있다. 이렇게 마케팅적인 경쟁력과 우수한 기술력 그리고 자본가의 합작으로 벤처의 성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투자자 그룹이 결성되어 시장 경쟁력이 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의 조건은 성숙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창업자 및 창업을 지원하는 관련 정부부처 및 민간 부문에서는 기술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철저한 마케팅력에 대한 평가를 우선시하여야 벤처기업의 성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의 타깃은 국내가 아닌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이기에 모든 기준의 잣대를 해당시장에 맞추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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