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 동안 국내 가전산업을 보호하는 방패막 역할을 해왔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오는 7월 1일자로 완전 해제된다.
수입선다변화제도는 심각한 무역역조를 겪고 있는 특정국가로부터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 77년 도입된 제도로 수입초과액이 심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규제하는 대신 미국 등 국산 상품을 많이 사주는 나라로 돌려 무역마찰을 완화하고 동시에 국산화를 촉진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대상품목도 국내 기업들이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전자·자동차·기계 등 3개 산업을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93년부터 국내의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되고 96년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수입선다변화제도가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면서 89년 최대 262개 품목에 달했던 규제대상품목이 점차 축소돼 현재는 16개로 줄어들었으며 이마저도 오는 7월 1일부터는 수입이 완전자유화돼 수입선다변화제도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 이 중 가전제품은 일반 국민이 가정에서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산업보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국민정서상으로도 가장 강력한 규제대상이 돼왔던 게 사실이다.
컬러TV에서부터 오디오·전기밥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일본산 가전제품이 수입선다변화제도에 묶임으로써 국내 가전시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국산제품이 주도하게 됐으며 이것은 국내 가전산업이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의 가전생산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점차 완화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가전제품이 가장 늦게 규제대상에 포함된 것 역시 바로 가전제품의 이같은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실제 98년 1월 레이저디스크플레이어 등 4개 제품, 98년 7월에는 25인치 미만 컬러TV 등 3개 제품, 올 1월에는 오디오와 캠코더 등 3개 제품에 대한 수입선다변화조치가 해제됐다.
현재 규제대상에 남아있는 품목은 25인치 이상 컬러TV와 VCR·전기밥솥·이동전화기 등 4개 제품. 이들 제품이 마지막까지 규제대상에 포함된 것은 일본산 제품이 국내에 반입될 경우 국내 관련산업에 그만큼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선다변화조치가 완전해제되는 오는 7월 1일부터 삼성전자나 LG전자·대우전자의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소니나 히타치의 컬러TV가 국내 유통상가에서 판매되고 또 판매확대를 위한 판촉활동도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게 돼 국내 가전시장에는 일대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소니를 비롯해 히타치 등 세계 유수의 일본 가전업체들은 연간 6조원에 이르는 국내 시장에서 교두보 구축을 위해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해제에 앞서 지사 및 대리점을 이용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브랜드 인지도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7월 이후에 국내 가전시장은 안방을 지키려는 국내 가전업체들과 마지막 남은 거대시장인 한국시장을 장악하려는 일본 가전업체들간의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일본산 가전제품의 전면적인 수입자유화를 계기로 국내 가전시장에 적지 않은 판도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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