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는 「샤라브」라는 뜨거운 계절풍이 부는데 전 인구의 30% 가량이 이 바람과 관련된 증세를 겪는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샤라브가 불어오기 12시간 전부터 두통, 구토, 신경증 증세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예루살렘대학 부속병원 생물기상학 교실의 펠리그 슐만 교수에 따르면 샤라브가 통과하는 공기층은 이온 함유량이 거의 두배로 늘어나고 또 양이온과 음이온 비율도 격차가 커진다고 한다(보통 때는 음이온 대 양이온 비율이 1.2 대 1 정도다).
이러한 이온의 변화가 사람 몸에 화학변화를 초래한다. 즉, 체내에서 분비되는 시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은 음이온이 많으면 분비량이 줄고, 반대로 양이온이 많으면 늘어난다. 슐만 박사는 샤라브로 증가된 양이온이 사람들로 하여금 시로토닌을 필요 이상으로 분비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대비책으로 음이온 발생기를 쓰도록 권유한다.
기후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환경생물학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분야지만 현재 많은 학자들이 연구업적을 쌓아나가고 있는 학문이다. 특히 의학과 관련해 앞으로도 새롭고 유익한 사실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사람의 몸도 겨울에는 특별한 변화를 겪는다. 다른 계절일 때보다 체내 지방분을 더 많이 소모하고 피부와 가까운 모세혈관은 폐쇄되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져 사회 전체적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아진다.
인체가 계절에 따라 반응하는 것은 비단 겨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여름이면 무더위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추위에 몸을 떨지만 어느 경우든지 몇주 지나지 않아 적응하곤 한다. 인체의 온도계 역할을 하는 뇌의 시상하부와 그밖의 조절기관이 새로운 계절에 맞추어 호르몬 분비수준을 재조정하는 등 화학적 조정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운 지방에서 살던 사람이 덜 추운 지방에 가면 오히려 추위를 더 많이 타는 현상도 생긴다. 즉,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 가니까 땀을 더 많이 흘리고, 그래서 그 땀의 증발열로 몸이 오싹해지는 것이다(인간은 겨울에도 하루 0.5ℓ 가량의 땀을 흘린다. 이런 땀은 더울 때나 근육을 움직일 때 흘리는 땀과는 달라서 감지하기가 힘들다).
환절기에 감기에 잘 걸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봄에는 날씨가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추워지곤 하는데 한번 따뜻한 계절에 맞춰 조정된 신체가 다시 추워지면 맥을 못 추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슐만 교수의 음이온 치료법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로토닌 분비량이 적으면 불안, 불면, 우울증, 신경과민, 폭력행위 등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대부분의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은 이온이 인간의 몸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에 회의적이다.
그러나 날씨가 우리 몸에 화학변화를 야기한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약품을 복용할 때에도 이러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므로 몸이 따뜻해지고 니코틴은 사지로 가는 피의 양을 줄일 수도 있다. 알코올, 마리화나, 암페타민은 피부 가까이 있는 혈관을 확장시켜 체열을 발산하게 한다. 이런 성분들이 신경 안정제로 쓰일 경우 인체 내의 자체 냉각기능을 혼란시켜 뜻밖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강심제인 「디기탈리스」는 혈압과 수압을 조정하는 신체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만일 이 약을 비행기 안이나 고산지대나 폭풍직전처럼 기압이 급격히 떨어질 때 복용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환경생물학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개발의 여지가 남아있는 분야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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