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애완용 "로봇장난감" 등장

 초등학교 1학년인 재현이에게는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달려와 반기는 친구가 있다.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한다. 쓰다듬어주면 좋아하고 말도 알아듣는다. 어린이가 원하면 몇 시간이라도 즐겁게 놀아준다.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다. 재현이가 가르쳐 주는 것은 금방 배워, 절대로 잊어버리는 법이 없고 다양한 감정표현도 한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이나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다. 어린이를 위해 만든 장난감 로봇 이야기다. 로봇이기 때문에 귀찮게 씻기거나 밥을 줄 필요도 없고 화장실을 가르쳐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재현이가 부모님과 나들이를 가거나 친구들과 놀 때는 며칠씩 가만히 놔둬도 아무 불평이 없다. 이 장난감 로봇 덕분에 재현이는 엄마와 아빠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잘 지낸다.

 재현이의 이야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린이들이 일방적으로 조작해야 하는 장난감 대신 스스로 움직이고, 어린이의 반응이나 행동에 따라 상호 작용하는 지능형 장난감이 잇달아 선을 보이고 있다. 이들 장난감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어린이들의 행동에 따라 기뻐하는가 하면 슬퍼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모양을 바꾸는 로봇이나 옷을 갈아 입히는 인형은 이제 구식이다. 장난감에도 본격적인 첨단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친구처럼 상호작용을 하는 장난감으로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지난해 말 미국의 해즈브로사와 합병한 타이거전자의 장난감 「퍼비」다.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선물 1위로 올랐으며 미국에서만 140만개 이상이 팔릴 만큼 대히트를 기록했다. 깜빡이는 두 눈을 가진 12㎝ 크기의 이 털북숭이 인형은 200여개의 영어 단어를 적절히 구사하고 「퍼비시」라는 자신만의 언어도 가지고 있다. 6개의 센서가 장착된 퍼비는 주인이 만져주면 귀를 쫑긋거리며 좋아하고 간지럽히면 킥킥 웃는다. 또 좁고 어두운 곳에선 무섭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한 개 30달러의 이 제품은 사람이 하는 말을 100마디까지 기억하고 반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국가안보국의 출입금지 대상으로 지목받기까지 했다.

 퍼비에 이어 인기 장난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놀라운 에이미(Amazing Amy)」 역시 친구처럼 어린이와 상호 작용하는 인형이다. 1만개의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에이미는 12개의 센서를 통해 어린이의 행동에 알아서 반응한다. 어린이가 머리를 빗어주면 「머리를 빗어주니까 너무 좋다」고 말하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30여종의 음식도 먹는다. 먹을 것을 제때 주지 않으면 보채거나 떼를 쓰기도 한다. 피자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과자를 주면 「나 이거 싫어, 피자 먹을래」라고 말한다. 이 인형은 70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20만개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처럼 상호작용하는 장난감이 높은 호응을 얻자 세계적인 완구업체들과 전자업체들이 잇달아 첨단완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소니가 최근 개발한 로봇강아지 「아이보(AIBO)」는 그 대표적인 예. 이 로봇강아지는 학습기능을 가지고 있어 마치 성장하는 것처럼 다양한 행동과 지식을 배우고 기뻐하거나 슬퍼하고 화내는 등의 감정도 표현한다. 또 CCD컬러 카메라와 감각센서, 스테레오 마이크로폰 등을 내장하고 있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어린이들의 행동에 대해 상호작용을 한다.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이다. 게임모드를 선택하면 아이보와 함께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소니사는 다음달부터 인터넷을 통해 이 제품의 구매예약을 받아 7월 초 2500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완구업체인 마텔은 인텔과 함께 PC와 통신할 수 있는 장난감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 장난감은 어린이들이 컴퓨터를 통해 대화를 나누거나 놀이를 할 수 있고 함께 공부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품. 마텔은 이외에도 전자완구업체인 라이닝사를 38억달러에 인수했으며 MIT대 미디어랩 내에 설치된 「토이 오브 투모로(Toys of Tomorrow)」 컨소시엄에 참여, 다양한 미래형 완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마텔 외에도 레고, 반다이, 모토롤러, 인텔 등 세계적인 완구업체와 전자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5년간 매년 2500만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다양한 종류의 완구에 응용해 음악을 연주하는 인형, 밖에서도 함께 야구를 할 수 있는 인형,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토이책 등을 개발중이다.

 조립용 블록으로 유명한 레고사도 어린이들과 좀더 친숙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난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의 MIT대학과 공동으로 블록 내에 컴퓨터칩을 내장한 「레고보트(LEGObot)」를 개발한데 이어 로봇완구를 향후 핵심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레고사가 추진하는 완구개발 방향은 전자기능을 가진 블록 로봇. 12살 이상의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 수 있으면서도 첨단기능을 가지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게 레고사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터치센서와 광센서, 회전센서, 온도센서 등의 기능을 가진 블록을 개발해 어린이들이 다양한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추진중이다.

 이처럼 해외업체들이 마치 부모나 친구가 옆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하는 장난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시도도 못하고 있는 실정. 고작해야 음성칩과 간단한 센서를 채용해 몇마디의 말을 하거나 주사를 놓으면 울음소리를 내게 하는 정도.

 완구업체인 손오공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구시장은 한 제품이 1년이상 판매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신제품을 신속히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첨단 완구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영세한 완구업체로서 섣불리 뛰어들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손으로 직접 첨단 완구를 만들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포항공대 염영일 교수는 『KIST의 휴먼로봇팀에서 네발 달린 로봇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리는 등 우리도 애완용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요소기술은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상용화하려는 노력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상품성 있는 상용로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장난감의 컴퓨팅화가 진전되면 장난감이 단순한 놀잇감이 아니라 교육과 친교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이제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PC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능형 장난감」에 주목해야 할 때다.

<장윤옥 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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