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Venture)의 원조는 15세기 대항해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매료된 모험가들이 지구 반대편의 보물을 찾아 산타마리아호 같은 대양항해선에 올랐던 것. 값비싼 향료를 싣고 돌아오면 부자가 되지만 실패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운 항해였다. 벤처업체의 성공스토리는 지금도 500년 전처럼 드라마틱하다. 컴퓨터와 정보통신, 인터넷업계를 무대로 젊은이들의 도전과 좌절, 성공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94년 말 취미로 인터넷 검색서비스를 만들었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야후가 글로벌 인터넷 미디어제국이 되기 전에 돈의 흐름을 미리 읽어낸 투자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할리우드 무명배우들이 조엘 실버나 제리 브룩하이머 같은 제작자를 만나 스타가 되듯 신생업체 사장들의 성공 뒤엔 안목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있게 마련이다.
야후의 후견인은 세쿼이아(Sequoia)캐피털의 마이크 모리츠였다. 야후의 주식공개는 96년 4월. 13달러에 시작한 주식가격은 33달러로 마감됐고 하루아침에 8억5000만달러 가치의 회사가 되었다. 1년 전 세쿼이아의 자산평가와 비교하면 200배가 넘는 액수였다.
사실 야후의 성공은 기술 자체보다는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의 「저스트 두 잇(Just Do It)!」처럼 야후는 「두 유 야후(Do You Yahoo)?」라는 문구로 신선하고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세쿼이아의 투자, 세련된 마케팅, 팀 쿠글 사장 같은 전문경영인, 소프트뱅크와의 전략적 제휴 등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성공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아마존,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 이름이 됐다. 아마존은 시애틀의 작고 허름한 4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변변한 간판도 없고 책을 꽂아놓은 진열대도 없다.
몇대의 컴퓨터와 물류센터가 전부다.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후 월가의 헤지펀드 일을 하다 인터넷과 서적유통을 결합시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곧바로 사표를 던지고 서부로 간 베조스는 95년 7명의 직원으로 아마존을 시작했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검색시스템과 신속한 배달, 디스카운트된 가격, 그리고 날카로운 서적비평으로 무장한 아마존 사이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고 주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제 그는 인터넷 비즈니스업계에서 몇 안되는 억만장자 중 한 사람이다.
실리콘밸리의 심장 팰러앨토에 위치한 E트레이드는 월스트리트의 혁명을 주도한 업체다. 창업자 빌 포터는 물리학자 출신의 이름있는 투자자였다. 그는 왜 주식거래를 하면서 수백달러의 불필요한 돈을 브로커에게 뺏겨야 할까 의구심을 가졌다. 컴퓨터를 이용한다면 훨씬 값싸고 편리한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91년 설립된 E트레이드는 처음엔 모뎀 접속방식으로 AOL과 컴퓨서브를 통해 서비스를 운영했고 96년부터 인터넷(http://www.etrade.com) 증권거래를 시작했다. 신속하고 풍부한 E트레이드의 실시간 증권정보는 이 회사를 세계1위의 사이버 증권사로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융1번지 마켓 스트리트. 세계 각국의 카푸치노 자본가(카푸치노를 즐겨 마시는 세련된 사업가)들이 인터넷에 콘텐츠를 실어보내기 위해 모여드는 멀티미디어 계곡(Multimedia Gulch)이다. 이곳에 자리잡은 I/PRO(Internet PRofiles Corporation)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보다 많은 기업들이 광고를 싣도록 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온 인터넷 광고시장 리서치업체.
스탠퍼드 대학생 아리엘 폴러는 인터넷에 정말 필요한 것은 슈퍼마켓의 포스 시스템처럼 고객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통계를 내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폴러는 94년 6월 졸업과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고 1년이 지나자 I/PRO의 가능성을 인정한 세계적인 마케팅 리서치업체 닐슨미디어가 I/PRO에 투자했다. I/PRO는 인터넷 리서치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회사로 기록될 것이다.
사이버공간에도 타임스퀘어, 실리콘밸리, 그리고 소호 거리가 있다. 280만명이 입주해 있는 거대한 공동체 지오시티스(GeoCities)의 가상도시들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네티즌은 정보의 바다에 매료됐지만 첨단기술 저변에 깔린 문화적 충격은 이해하지 못했다.
지오시티스 회장 데이비드 보넷은 이미 94년 인터넷을 문화현상으로 봤다는 점에서 남다른 혜안을 가진 인물. 그는 집처럼 편안한 기분 속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이버공간을 만들고 싶어했고 오늘날 지오시티스는 AOL·야후·MSN과 더불어 대표적인 포털사이트가 됐다.
월드와이드웹과 TV가 만나는 곳에 CNET이 있다. CNET 창립자 할시 마이너는 92년 여름 케이블 채널에 MTV풍의 컴퓨터 전문채널을 도입한다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투자자를 모집해 95년 창업을 하자마자 CNET은 반향을 일으켰고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는 웹 콘텐츠가 됐다.
리얼네트웍스는 벙어리였던 웹이 말하고 노래할 수 있게 만든 회사다. 웹에 연속적으로 흐르는 오디오(Streaming Audio)를 도입함으로써 소리의 장벽을 허문 것. 94년 회사를 설립한 롭 글래서는 웹에 리얼오디오를 선보였고 1년 만에 1000만명이 인터넷에 소리를 입히기 위해 리얼오디오를 다운로드했다. 이제 리얼네트웍스사는 인터넷 오디오의 표준을 놓고 MS·애플 등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계 기업 중에도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시대에 주목받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쇼핑봇 1위 업체 마이사이몬, 파격적인 국제통화료의 인터넷폰서비스로 주목받는 코스모브리지, 세계 최대의 산업디자인업체 실리콘이미지, 인터넷 여행업체로 자리잡은 아테보, 파워컴퓨터로 유명한 파워컴퓨팅, 프랑스 알카텔에 인수된 네트워크업체 자일랜 등이 대표적인 성공벤처들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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