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춘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지역 산업에 활력소를 불어넣자.」
지금 인천·안산·대구·광주 등 전국 6개 지역에서는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 건설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테크노파크 사업은 5년 동안 정부·지자체·대학·민간기업 등이 총 6158억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의 테크노파크를 조성, 벤처기업의 단지로 만듦으로써 국가 기술경쟁력을 한차원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침체국면에 있던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던 것처럼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벤처단지를 조성, 기술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97년부터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테크노파크는 당초 2개 지역에 만들어질 계획이었으나 전국 13개 지방자치단체가 테크노파크를 조성하겠다고 신청하는 등 유치경쟁이 뜨거워짐에 따라 결국 6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테크노파크는 박사급 등 고급인력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과 연구개발(R&D) 투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이 서로 연결되지 못해 「기술 따로 자본 따로」라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산업에 창조적인 활력소를 불어 넣기 위한 의도에서 만들어진 사업이다. 이에 따라 테크노파크는 연구개발·정보교류·교육훈련·창업보육·행정지원·시험생산 등 기술개발과 창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집중시킴으로써 벤처기업의 창업과 육성이 좀더 쉽도록 만들어진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주도 또는 자생적으로 테크노파크가 만들어져 수많은 모험기업들이 창업,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실현을 통해 산업에 크게 기여해 왔다. 현재 세계 각국에는 1200여개의 테크노파크가 만들어져 있으며 벤처기업이 가장 잘 발달한 미국의 경우 대학을 기반으로 한 자생적인 테크노파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반면 대만과 일본 등은 정부주도로 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의 테크노파크가 발달했다.
우리나라도 기술과 자본력에 있어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따른다면 미국·대만·일본 등에 못지않은 테크노파크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테크노파크의 내실을 기하면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테크노파크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실적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전국 6개 테크노파크를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는 등 테크노파크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자부는 테크노파크사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8월중 그동안의 기업유치활동·재원조달계획 등을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올해 지원예산 150억원을 차등 분배하기로 했다. 또 인천·부산·대구·광주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테크노파크를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단일 네트워크(가칭 테크노파크망)를 구축해 6개 테크노파크가 한곳에 집중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산자부는 이밖에 테크노파크사업자가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등록세·재산세·종합토지소득세를 감면해주도록 지방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이 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5년 동안 약 240억원의 지방세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대료와 분양가를 저렴하게 할 수 있어 기업들의 입주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인천·부산·광주 등 전국 6개 도시에 자리잡은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제품을 개발해 사업화할 때 기술개발 관련 정책자금을 우선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산자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을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시행령이 발효됨에 따라 산자부 장관 또는 주무부처 장관은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연구개발한 제품을 사업화할 때 공업기반기술개발자금·산업기술기반조성자금·정보화촉진기금·과학기술진흥기금 등 기술개발 관련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할 수 있게 돼 연구개발결과를 신속히 사업화할 수 있게 됐다.
테크노파크는 정부·지자체·대학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만들어지고 있으나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사업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학과 기업들이 모두 어우러지다보니 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일 수도 있으며 지자체와 민간기업 자금조달 등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하나둘이 아니다.
광주·전남 테크노파크는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본부장 선임을 놓고 서로 자기쪽 사람을 앉히려는 신경전을 벌인 바 있었다. 결국 본부장은 공개채용으로 뽑게 됐지만 여러 집단이 모인 테크노파크의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테크노파크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참가하는 지자체나 대학들이 자기 단체나 기관의 입장을 우선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전체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시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또 각 테크노파크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내용이 부실화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할 것이다. 산자부가 지원금을 차등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실적위주의 사업을 추진, 지역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한다는 당초의 취지가 퇴색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테크노파크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 주도로 처음 시행되는 기술산업단지 조성사업인 만큼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지자체와 대학, 지방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로 지역산업을 살려내는 원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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