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특징은 벤처기업에 대한 창업·자금·육성 등이 총망라된 「벤처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매우 포괄적이다. 때문에 해외 벤처기업가들의 경우 우리나라 벤처기업 정책은 매우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의 벤처기업제도는 철저한 자유시장경쟁체제, 자유방임형 벤처기업제도와는 그 근본부터 다르다. 정부가 각종 지원제도를 만들고 이를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따라가는 형태다. 이는 초기 우리나라의 정부주도 경제개발 전략과 흡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벤처기업들이 「지원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지원제도가 형편없다」며 벤처기업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의 지적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토양이 자생력이 없는 데서 기인한다. 기술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을 말하는 「영세한 기업」을 지칭하는 것이 「벤처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술도 없고 자금력도 없어서 중소기업·대기업도 아닌 그런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국내 벤처기업의 현실이다.
국내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중소기업청이 주도하고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 등 정부부처가 「후원」하는 틀로 이뤄진다. 하급부처가 상급부처의 벤처 육성정책을 주도하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벤처기업의 「경제부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중소기업청의 역할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벤처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각종 행정규제를 철폐하여 벤처기업의 자유로운 창업 및 발전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러한 정부의 벤처 육성의지는 「벤처기업특별조치법」에 잘 나타나 있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국공립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벤처창업을 위해 겸직 또는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 종사자의 기술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을 활성화시켜 대학과 연구소를 벤처창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더욱이 벤처창업시 납입자본금을 2000만원으로 완화시키는 등 일련의 조치를 통해 정부의 벤처창업 확산 의지는 더욱 뚜렷해진다. 이에 따라 최근 대덕연구단지와 대학에서는 연구원과 교수들이 현직 연구업무를 병행하면서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둘째는 자금지원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에 대한 성장단계별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자금 지원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자금지원은 에인절 투자,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 공개, 코스닥 시장을 통한 주식모집을 통해 주식을 새로 발행하는 직접금융방식과, 중소·벤처 기업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시도하는 창업자금, 우수신기술 지원사업, 구조개선자금, 정보통신설비 구입, 시설개체비 지원사업을 비롯한 간접금융방식 등 두 가지를 통해 이뤄진다.
정부는 그간 경제불황으로 인해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간접금융방식을 우선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 향후 벤처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육성지원 방법으로 직접금융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직접금융 투자재원에 대해 조세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투자펀드인 한국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재원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벤처기업 성장단계별 자금공급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각종 세제지원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의 자금 지원방식의 변화는 기존 간접금융방식의 지원이 벤처기업을 성장시키는 요인보다는 단기적인 각성제에 불과했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시책에 따라 현재 70여개의 창업투자회사마다 유망기업을 선정,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재원 일부를 공급중에 있다. 특히 이달부터 중기청은 신용평가가 우수한 창업투자사를 통해 매칭펀드 형태로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 지식기반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들어갔다.
셋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마케팅 기반 조성을 통한 기업의 성장이다. 우선 6월중으로 미국의 에이스넷(ACE Net)을 모델로 한 벤처넷(Venture Net)을 개설하여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의 네트워크 구축은 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시장·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기술개발·자금확보·해외판로시장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타당하다.
벤처기업이 투자, 판매, 기술인력 채용, 벤처창업·경영정보 및 해외정보 등 경영과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벤처넷이 내달 개통되는 데 이어 테크노넷·창업지원정보센터·조달정보망·인터넷 중소기업관·유휴설비정보센터 등 중소기업 부문별 DB의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중소기업통합정보망」이 오는 2005년까지 구축된다.
정부는 이밖에 창업을 시도하는 예비창업자를 위해 창업공간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40여개에 이르는 벤처 집적단지를 지정하고 오는 2002년까지 500개의 대학·민간기업·출연연 등에 창업보육센터를 지속적으로 개설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정부주도의 벤처기업지원제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계획은 단기간 성과를 노릴 경우 효과적이지만 70년대 경제개발 주도 정책처럼 왜곡된 경제구조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 전문가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벤처기업이 만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해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기술력·마케팅 능력이 있는 벤처기업의 제품이 사장되지 않고 매출로 직결되며 벤처기업이 자연스럽게 시장원리를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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