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저작권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리버스엔지니어링(RE)이다. 대부분은 RE행위가 불법이냐 적법이냐 하는 법률상 해석을 놓고 벌이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과연 RE와 같은 최첨단 기술 행위를 칼로 무 자르듯 법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RE에 대한 속성이 본래의 기술적 특성보다는 법률적 자구(字句)에 의해 정의되곤 한다는 사실이다.
국내 법률에서 RE는 구체적으로 허용·불용에 대한 명문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저작권의 침해」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 대세다.
기술적으로 RE는 특정의 대상(하드웨어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건)을 제작 역순(逆順)으로 분석(분해)해서 그 구성이 어떤가를 알아보고 새로운 창조물의 제작에 참고하는 행위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일단 컴퓨터에서 직접 실행되는 프로그램(Object Program)을 복사한 다음 이를 개발 상태의 프로그램(Source Program)으로 변환(Decompilation)시켜 해당 SW가 무엇으로 어떻게 이뤄져 있는가를 알아본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개발할 SW계획에 이를 반영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얻어내는 것이 곧 RE다.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적 한계는 의도(意圖), 적용(適用), 결과(結果) 등 3단계로 이뤄지는 RE 과정을 어떻게 일일이 합법·불법을 가려내느냐에 있다. 국내에서 RE허용이 명문화되지 않은 것은 의도 단계에서부터 불법으로 간주, RE행위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RE허용을 명문화하고 있는 미국과 EU도 최종 결과물에 대해서만 합법·불법을 판정할 만큼 관대하지는 않다. 미국과 EU는 중간단계 즉 적용과정에서 합법·불법을 가려내는 경우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중간단계의 허용을 명문화할 수 있는 것은 순수한 RE의 목적, 이를테면 호환성, 산업발전, 소비자보호 등 사익보다는 공익에 가까워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저작권의 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완전허용보다는 이처럼 일종의 안전장치를 둔 제한적 허용이 훨씬 건설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서현진기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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