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과 함께 최대의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전자부문 빅딜에 대한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엔 일반인들의 빅딜 자체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수그러들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 대신에 다른 바람직한 대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최근 발언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이를 계기로 항간에선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 포기설까지 나돌고 있어 전자부문 빅딜은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차원에서 전자부문 빅딜을 없었던 일로 한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당사자인 삼성전자 역시 대우전자 인수 포기와 같은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자부문 빅딜은 한마디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정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대우전자 측에서 최근 독자경영을 위해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어 전자부문 빅딜이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빅딜 발표 이후 전자부문에 대한 빅딜은 말만 무성했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어느 누구도 빅딜에 대한 정확한 방향타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이에 따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빅딜 발표 이후 반년 가까이 생산차질과 해외 바이어들의 급속한 이탈, 대외 이미지 손상 등 대우전자가 직·간접적으로 입은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회복국면을 보이면서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이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국내 가전산업의 한 축을 이루며 최대의 가전수출업체로서의 위치를 갖고 있던 대우전자는 수출확대보다는 발등에 불인 빅딜이라는 문제에 휘말려 이에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우전자 내부적으로 빅딜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심한 무력증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자부문에 대한 빅딜무산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부와 삼성·대우 양 그룹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전무한 상황에서 경영진이나 종업원간의 불협화음만 팽배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당초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로 빅딜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대우전자의 정상경영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이제는 점차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대우전자가 독자경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빅딜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정신 없는 외국 기업이 빅딜 대상업체에게 자본을 제공하겠느냐. 빅딜이 백지화된다면 대우전자의 외자유치 협상은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대우전자 한 고위 관계자의 토로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든지 대우전자 빅딜에 대한 결론이 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해준다.
따라서 전자부문 빅딜문제는 가급적 이른 시간내에 해결돼야 하며 이미 빅딜무산론이 국가적·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은 만큼 대우전자가 독자경영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정책입안자들의 용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지난 12월 대우전자 빅딜이 발표된 이후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는 양사의 생산시스템이나 전자산업의 현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누차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인해 수출물량을 늘리지 못하고 우리 사회가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지는 것은 IMF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 가전시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양대 축을 형성하고 몇몇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세계 가전산업은 이제 정보가전으로 이어지는 유망산업으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우전자 역시 가전분야의 수출에서 국내 전자 3사 중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를 지켜왔던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빅딜무산론과 함께 외자유치나 독자경영이 거론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대우전자 생사에 최대 갈림길이다. 그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며 세계 1위의 영광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나 관련기업이 올바른 결단을 시급히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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