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걷고 바다로 들어가니 뜨거움이 느껴졌습니다. 해수욕장 부근이었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 무렵에는 주위에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날이 어둑해져서 나는 발가벗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물이 땅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럴드의 말로는 해수온천 목욕을 하면 신경통에 좋다고 하였습니다. 제럴드는 정말 동양인이 다 되었습니다. 스물 한 살인 내가 신경통 때문에 해수온천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체험을 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나는 문뜩 신경통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언젠가 기회를 봐서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이 해수온천에 신경통을 치료할 수 있게 해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호텔 방입니다. 포구에서 커다란 바닷게를 사서 구워먹고 들어온 길입니다. 해수온천에서 목욕을 한 데다 바닷게를 먹어서인지 아주 컨디션이 좋습니다. 이 좋은 기분으로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이곳이 밤이라면 그곳은 낮이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겠지요. 항상 미소를 지으면서 상냥하게 말입니다.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도 한때 행원이 되려고 했습니다. 상고를 나와서 제일 좋은 직장이 은행이라는 것이 상식이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 운명은 컴퓨터의 세계로 안내됐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나는 미국에 왔고, 이렇게 두루 관광도 하고 있는 행운아가 되었습니다. 컴퓨터 때문에 외국 관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외국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컴퓨터를 알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나는 컴퓨터의 오묘한 기계와 승부하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그 일에 매력을 느끼고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이 행운입니다.
나는 시카고로 돌아가는 길에 시애틀에 들러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를 만날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나보다 다섯 살이 더 많은 청년입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을 거느린 창업주가 되었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상품화시켜 성공했던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상업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요.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으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프로젝트가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이 돈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11월 26일
바하 칼리포르니아에서 최용준으로부터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패권의 새로운 질서
-
2
[ET단상] 양자와 AI 시대, K보안 도약을 위한 제언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ET톡] AI와 2차 베이비부머의 미래
-
5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4〉AI '앱 경제'를 '에이전트 경제로' 바꾸다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5〉고독한 사람들과 감성 AI
-
7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8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9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
10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