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콘텐츠 등급제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및 폭력물의 유포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세계 주요 온라인업체들이 인터넷 콘텐츠에도 등급을 매기기로 하고 이를 위한 인터넷 정보 평가등급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등급제는 현재 영화 분야에서 성인용·청소년용 등으로 등급을 매겨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앞으로 인터넷 분야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등급제가 자유언론 확대를 통한 인터넷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많다는 점과 특히 미국 시민권, 표현의 자유권에도 위배된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콘텐츠에도 등급을 매기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인터넷 출범 당시부터 이러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일단은 적정 수준의 네트워크 노드, 즉 사용자를 확보하는 문제가 절실했던 초창기 시장형성 단계에서는 이러한 인터넷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열기가 고조되고 있고 또한 인터넷을 통한 성범죄, 불법무기류 및 마약 판매 등이 극성을 보이고 있는데다 급기야는 미국 콜로라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 인터넷이 범죄수단이 됐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더이상 인터넷 콘텐츠를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됐다. 이러한 공감대가 이번 평가등급 시스템 개발을 촉진시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평가등급제 실시에 참여키로 한 업체는 미국 최대의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을 비롯해 버텔스먼 파운데이션·브리티시텔레컴·마이크로소프트·IBM·데몬인터넷·유로ISPA 등 내로라하는 주요 정보통신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최근 인터넷 콘텐츠 평가등급연합(ICRA:Internet Content Rating Association)이라는 단체를 결성하는 한편 이를 통해 앞으로 웹사이트 개발자들이 자체 사이트 내의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심사하고 등급을 부여하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급제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자발성이다. 정부 차원의 강제적인 인터넷 사이트 검열보다는 업계의 자발적인 규제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근거에서다.

 ICRA 관계자들은 바로 이러한 점이 기존의 영화등급제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의 언론 자유권이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기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어떠한 등급제로도 인터넷을 구속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 인터넷 옹호론자들은 콘텐츠업체나 일반 부모들의 개별적이고 자의적은 판단기준이 오히려 사회적인 혼란과 불균형을 초래시켜 당초 의도했던 불법 음란물·폭력물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조장시킬 위험도 있으며 종국에는 이로 인해 인터넷 보급 확산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ICRA는 우선 내년까지 아동보호단체를 비롯해 소비자단체·학계 및 업계가 모두 참여해 국제적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평가등급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방침아래 이를 위해 미국 오락소프트웨어자문위원회(RSAC)의 인터넷 내용 선별 표준기술체계(PICS)를 이용할 예정이다.

 현재 RSAC가 사용중인 등급체계는 콘텐츠 개발업체들이 웹페이지 내용에 대해 노출, 성, 폭력적 언어 등의 부문에서 1에서 10까지 등급을 직접 부여할 수 있는 제도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10만개 이상의 웹사이트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 등급제 실시에는 분명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불법 음란물·폭력물의 유포를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등급제로 인해 설사 인터넷 보급에 어느 정도 지장이 초래되더라도 현재의 인터넷 확대 추세라면 얼마든지 치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일 등급제 실시를 포기했을 때 청소년 유해물 확산이라는 폐해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며 그때 가서 치유에 나선다면 훨씬 많은 노력과 재원이 소요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번 등급제가 당초 의도한 것과는 달리 단기적인 효과를 내지 못할지라도 이것이 단초가 되어 인터넷의 건전한 발전이 이룩되는 기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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