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아시아·남미 국가들과 함께 선두권으로 분류하고 있는 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의 소프트웨어(SW)불법복제율 조사결과는 구체적인 조사방법과 과정 등이 첨부되지 않은 것이어서 신뢰성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래전략산업인 SW의 건전한 육성과 함께 지적재산권협상 등 대미(對美) 통상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의 능동적인 대처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불법복제율 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BSA가 지난 94년부터 매년 발표해온 한국내 SW불법복제율(평균치 72%)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조사결과가 표본조사가 아닌 회원사들이 제공하는 수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BSA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14개 회원사의 한국현지법인이 제시한 각사의 SW판매 예상치와 실적, PC회사들이 제공한 연간 PC 판매대수를 상계하는 방식으로 불법복제율을 추정, 발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한국내 SW회사들의 자료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전문가인 김광용 숭실대 교수는 『BSA의 조사방법이 모호하고 또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을 적용해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과 고광섭 과장은 『BSA의 자료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일한 SW불법복제율 조사결과라는 선입견 때문에 정부 차원의 검증은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BSA의 조사가 「러프」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체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어 『올해 예산에 3000만∼4000만원의 조사비를 신청했으며 연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 관계자도 『95, 96년 결과를 집계해 보고 BSA보고서가 의문투성이임을 알았지만 이를 반박할 만한 신뢰성 있는 국내 자료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독자적인 조사·통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BSA자료에 의거해서 매년 봄 강력하게 펼치고 있는 정부의 불법복제 단속활동에 대해 일부 SW업계 관계자들은 『신뢰성이 미약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강력 단속하는 것은 오히려 사용자 그룹의 정보기술산업 전반에 대한 구매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하고 있어 정부의 후속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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