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국내 금융기관에 미친 가장 큰 영향 중 하나가 위험관리(RM) 기능의 강화다. 외환위기가 IMF를 불러온 주범으로 평가되면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위험관리 체제구축은 금융기관의 최대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이 한국 금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강력히 요구했고 지난해 말 금융감독위원회도 여신관행 혁신방안을 각 금융기관에 지시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기관들은 여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대책을 이미 금감위에 제출했으며, 신용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위험관리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서 말하는 위험은 크게 은행의 영업전략상 실수나 법적 위험 등으로 발생하는 비재무리스크와 순수하게 재무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재무리스크 등으로 구분되며, 최근 핵심이 되고 있는 재무리스크는 다시 신용리스크·시장리스크·금리리스크·유동성리스크 등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지난 95년께부터 금리 및 유동성 위험관리를 위해 자산부채관리(ALM)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리스크관리시스템·신용리스크관리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관련조직도 정비하는 등 대대적인 위험관리 체제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용리스크관리시스템의 경우 금융감독기관의 여신합리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최대 관심분야로 등장하고 있다. 한빛은행이 지난 3월 RMS 구축에 착수한 것을 비롯해 신한은행·주택은행·보람은행·한미은행·농협·조흥은행 등 거의 대부분의 은행이 RMS 도입을 추진하거나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기관이 이처럼 위험관리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관련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SAS의 김근식 차장은 『국내 RMS시장은 한빛은행 등 주요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100억∼150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은행·증권사에 이어 보험 등 제2금융권에서 시장이 열려 300억∼4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는 등 올해부터 3년간 총 600억∼7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위험관리시스템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급증하고 이들 업체간의 공급경쟁도 가열되는 등 주도권 확보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여신심사시스템의 경우 한국유니시스·한국HP·LG히다찌·한국후지쯔·혁성정보통신·한국신용평가정보 등 국내외 업체들이 공급경쟁을 벌이고 있고, 특히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 부문에서도 SAS·인피니티선가드·캣츠·카마쿠라·앨고리믹스 등의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IBM이나 한국오라클·SAP코리아 등 기업솔루션 업체나 현대정보기술·데이콤시스템테크놀로지·삼성SDS 등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각각 자체 또는 외부 솔루션을 활용해 위험관리시스템 시장에 도전하고 있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KPMG·아서앤더슨 등도 IT컨설팅과 연계, 이 RMS사업을 펼치고 있다.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금융기관이 신용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을 우선적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재무리스크를 통합관리하는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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