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회 광명전기통신 사장
오늘도 TV에선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광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뛰는 사업의욕과 긍지보다는 씁쓸함이 앞선다.
지난 96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날로그 가입자는 180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PCS서비스가 시작되고 이동통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지난 97년 말 IMF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가입자는 무려 1800만명을 넘어섰다. 양적인 면에서 외국인도 놀랄 정도의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그러나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다. 우선 수입자재 비율이 60% 이상이나 되는 단말기의 경우 가입자 1800만명의 두 배나 되는 수량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가입자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 이외에 유통물량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고, 전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역인 우리나라의 입지여건을 고려할 때 업체들간의 기지국 공용화는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업체마다 따로 거액을 들여 기지국을 건설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통화품질은 기지국의 건설에 있다고 하면서도 각 서비스업체들이 그동안 기지국 건설보다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광고와 장려금 지원에 몰두해 왔다. 그 결과 전국민 4500만명의 40%에 이르는 1800만명 이상을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개가를 이룩했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이 돈방석에 올라 앉은 것은 아니다. 특정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천문학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동통신시장이 이렇게 잘못된 데에는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1차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시장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많은 사업자를 허가해 제살깎아먹기식의 경쟁을 유발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죽어나는 것은 일선 이동통신 대리점들이다. 일부 자금력 있는 대형 대리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대리점들은 가입자들의 포화상태와 사업자들의 저가경쟁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사업이 좀 된다고 하는 대리점도 매장관리비와 생활비 조달이 빠듯한 형편이고 대부분의 대리점들은 고객관리수수료로 늘어나는 연체료 메우기에도 급급한 상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동통신 대리점들은 성장 유망사업으로 꼽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리점들이 일반 해지자와 직권 해지자에 해당하는 만큼의 가입자를 새로 유치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더욱이 그동안 고객관리수수료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그나마도 이젠 햇수를 더하면서 지급기한이 만료되고 있어 대리점들은 이제 활로가 불투명한 상태다.
어쩌면 이같은 상황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수요에 비해 많은 서비스사업자들의 등장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거니와 품질보다는 가입자 유치에 연연해 제품판매에 급급했던 제조업체들의 경영전략에서도 「총체적 부실」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정부대로, 서비스사업자는 사업자대로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거품이 많은 이동통신시장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무질서한 유통체계도 자리가 잡힐 것이다. 지금이 이동통신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변혁이 시급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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