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벤처업체들에 매사추세츠주는 미개척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대만·아일랜드·이스라엘 같은 나라에 비하면 우리가 이 시장을 훨씬 늦게 두드리는 셈입니다. 한국업체들이 미 동부 소프트웨어산업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매사추세츠에 진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죠.』
지난 7일 막을 내린 「코리아-매사추세츠 SW 비즈니스 파트너십 99」 행사장에서 만난 하버드 디자인&매핑(HDM) 김기자 사장은 30년 가까운 미국생활에서 터득한 비즈니스 노하우로 한국업체들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양국 SW업체간 공동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아웃소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매사추세츠주 소프트웨어협회 이사인 김 사장의 막후 영향력이 컸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HDM의 김기자 사장은 이 지역에선 널리 알려진 여성경제인. HDM사는 매핑과 GIS 관련 시스템업체로 굵직한 미국 주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 분야 월드 베스트 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지에서는 HDM사를 「떠오르는 신성」으로 소개하는 특집기사까지 내보냈을 정도.
66년 서울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클라크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1남 1녀의 어머니로 돌아갔다가 88년 뒤늦게 HDM사를 설립, 10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의 성공스토리는 이 지역 교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소수민인 한국계, 그것도 여성으로서 오늘의 성공을 이뤄낸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 사장은 「네트워킹」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네트워킹이란 우리말로는 「인맥 만들기」. 나에게 부족한 점을 메워 줄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낼 줄 아는 네트워킹 기술은 경영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도전적인 성격도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저는 위기를 만나면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어쩔 수 없었고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머물지 말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하는 거죠. 그러면 진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옵니다.』
매사추세츠는 원래 하드웨어 관련 대기업들이 먼저 자리잡았다. 그러다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 인력을 소프트웨어와 통신, 그리고 바이오텍 분야 벤처업체들이 흡수하게 됐다. 하드웨어의 위기가 곧 소프트웨어산업 발달의 밑거름이 된 것. 이처럼 뭔가 막힐 땐 새로운 변신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신조다. 미국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국내 벤처업체들이 갖춰야 할 자산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 사장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부동산을 사는 세 가지 조건이 뭐냐고 물어보십시오. 위치, 위치, 그리고 위치라고 말할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입지조건 하나만 본다는 얘기죠. 벤처 캐피털리스트에게 투자조건을 물어보면 대답은 매니지먼트입니다. 기술보다는 CEO의 경영능력을 사는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HDM사가 16개 미국 정부기관과 협력해 공공사업에 참여하고 오라클 같은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데는 김 사장의 세련된 화술과 매너가 한몫을 했다. 그는 국내 벤처업체들에 신기술과 함께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일해보는 게 최선의 방법인데 미국은 지금 외국기업의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절호의 기회라고 김 사장은 강조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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