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게임의 천국이 된다.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막을 올리기 때문. E3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는 화려한 쇼케이스다.
올해는 400여 게임사가 2000종 이상의 신작을 출품해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의 하바스와 미국의 GTI·마이크로소프트, 영국의 아이도스 등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PC게임과 함께 콘솔(Consoles)이라고 불리는 비디오 게임기용 신작들도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올해는 특히 비디오 게임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놀란 부쉬넬」이 아타리사를 창립한 지 25주년 되는 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할리우드에 아카데미가 있다면 E3에는 E3 어워드가 있다. 시상결과는 올 크리스마스 시즌 게임가를 강타할 블록버스터의 윤곽을 드러낸다. 인터액티브예술과학협회(AIAS : Academy of Interactive Arts & Sciences)가 발표한 지난 해 E3 어워드 수상작은 「골든아이 007」 「파이널판타지 7」 「퀘이크」 「블레이드 러너」 등이었다. 97년에도 「미스」 「토털 어나이얼레이션」 같은 히트작이 포함됐다.
올해는 과연 어떤 작품이 최고의 영예를 차지할까. 「커맨드 앤 컨커2, 티베리안 선」도 기대작 중 하나. 전략게임의 명가 웨스트우드사의 이 신작 게임은 완벽한 3D와 리얼타임 광원효과, 등장인물들의 다이내믹한 움직임, 도시와 사막의 실감나는 풍경 등 비주얼이 가슴 철렁할 정도로 굉장하다는 소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도 빼놓을 수 없는 후보작. 중세와 르네상스기 등 1000년의 유럽 역사에 일본이 가세한다. 사무라이와 일본도는 서구인에겐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 틀림없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가 게이머들에게 돌아온다. 신화적인 분위기가 풍기면서도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고딕풍의 그래픽은 「디아블로2」에서도 여전하다. 순수한 RPG의 장르를 벗어나려 한다는 일부 마니아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게임을 선호하는 대다수 게이머들을 위해 배틀넷 접속은 더욱 재미있어질 전망이다.
리얼타임 전략게임의 신흥명문 케이블독은 「토털 어나이얼레이션2」를 출품한다. 이 회사는 전작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무명업체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또 마이크로프로즈의 「멕 워리어3」는 「스타시즈」 「헤비 기어2」와 함께 로봇 시뮬레이션 장르를 대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괴물과 숨겨진 보물, 마법의 주문, 음침한 동굴로 포장된 3DO의 「마이트 앤 매직7」도 대작. 논리적 사고보다 폭력이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Hackandslash 게임」의 대표작으로 NPC(Nonhuman Player Characters)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게 흠이다.
그밖에 액티비전의 「다크레인2」, 인포그램의 「실버」, 톱웨어소프트의 「어스2150」, 루커스아츠의 「인디애나 존스」, ID소프트의 「퀘이크3」, 인터플레이의 「발더스 게이트 확장팩」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
한편 E3 콘퍼런스는 게임기술의 오늘과 내일을 조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해 콘퍼런스는 「마케팅」 「게임개발」 「비즈니스 트렌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중 게임마케팅 부문의 주제는 국경없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있어서 장르의 전략적 통합.
E3는 게임을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로 정의한다. 영화나 음악·비디오·패션·TV·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게임은 문화산업이며, 서로 다른 콘텐츠들이 영향을 미치고 촉매작용을 하면서 성장을 거듭해 가야 한다는 것. 마케팅은 시장극대화를 위한 이들 미디어간의 교류를 지향한다.
E3는 일반 관람객들에겐 게임의 성찬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축제로, 기업체 참관자들에게는 불꽃튀는 판권구매 전쟁을 치러야 하는 살벌한 비즈니스의 현장으로 해마다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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