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게임방은 "멀티 문화방"

 게임방을 21세기 정보사회에 대비한 네트워크 센터로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러한 주장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있는 게임방에 연결된 네트워크 자원을 전국민이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

 이 네트워크 자원을 적극 활용해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위한 유통센터나 사이버 증권 투자를 위한 투자방 등으로 활용범위를 넓히고, 더 나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용선 망을 구축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센터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임방 수와 게임방 활용 문화의 변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개설된 게임방은 500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초 게임방의 확산은 정부 당국의 「스타크래프트」 미성년자 이용 불가 판정 등의 장애물 때문에 한풀 꺾였다가 최근 들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게임방이 1만개 정도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같은 수치를 지역적인 분포와 대비한다면 아직까지는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지 않다. 대도시 지역의 경우 대개 대학교 주변이나 교통 중심지를 중심으로 게임방이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고, 주택가 지역에는 아직 게임방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5000개 정도의 숫자만으로도 전국적으로 인터넷 망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이러한 업계의 생각은 정부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게임방을 당초 「멀티 게임장」으로 정의하려던 것에서 「멀티 문화방」으로 정의하겠다는 방침으로 돌아섰다.

 또 정보통신부도 최근 발표한 「사이버 코리아 21」 프로젝트에 「인터넷플라자」 개념을 제시하고 게임방을 건전하게 육성해 인터넷 활용의 대중화를 유도하는 민간 차원의 정보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업계와 정부의 지원아래 게임방을 게임 외에 활용하는 방안으로 현재 가장 널리 모색되고 있는 것은 이동 사무실과 사이버 증권 투자를 위한 가상 객장이다. 이동 사무실은 이미 대부분의 게임방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기존 인터넷 카페처럼 게임용 PC에 워드프로세서 등과 프린터를 연결해 간단한 문서작업과 출력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상 객장은 최근 들어 게임방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요구에 의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활용 방안이다. 각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전용 프로그램을 게임방 PC에 설치해 놓고 증권사 객장에 나가지 않고 게임방에서 직접 거래를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라는 것이 게임방 관계자들의 말이다.

 앞으로 열릴 인터넷시대의 가장 가능성이 큰 비즈니스 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게임방과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데이콤 보라넷에서 이달중 시작할 예정인 게임방에서 MP3를 판매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보안 처리되고 저작권 문제가 없는 MP3파일을 게임방을 통해 다운로드하고 이를 휴대형 MP3플레이어에 옮겨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자리를 잡는다면 게임방을 MP3 음악의 새로운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불법 복제 음반이라는 음반업계에서 갖고 있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최근 게임방 사업 다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데이콤 보라넷의 박영신 부장은 『최근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의 배틀넷 국내 호스팅 서버를 보라넷에 유치하는 등 게임방과의 연계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ISP를 비롯해 게임방과 관련된 각 사업체들이 게임방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경쟁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게임방이 물리적인 공간으로서 전자상거래의 유통망과 전용선 망으로 연결된 가상 공간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게임방의 활용 방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은 전국민의 인터넷 네트워크 연결의 전진기지로 만들려는 것. 아직까지는 일부에서 논의만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게임방이 갖고 있는 대용량의 전용선망을 국민적 차원에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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