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시아시장이다.」
그동안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오던 다국적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들이 아시아시장으로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을 강타했던 경제위기 충격이 점차 가시면서 기업들의 IT분야에 대한 투자의지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서비스업체들로선 시장선점의 호기를 맞게 됐다.
IBM을 제외하곤 아직 두드러진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업체는 없지만 대부분 신중한 가운데서도 이 지역 IT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금융이나 통신, 운송분야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설명이다.
분석가들은 현재 미국의 3분의 1 정도 규모인 아시아 IT서비스시장을 10여년 전 유럽과 같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척되지 않은 황금광으로 보고 있다.
IT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데이터센터나 네트워크 운용, 데스크톱 및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헬프 데스크 등을 기업으로부터 아웃소싱으로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지난해 아·태지역의 컴퓨터 서비스시장(일본 제외)이 96억달러 규모로 전년비 2% 증가에 그쳤지만 오는 2002년까지는 166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점치기엔 아직 이르지만 3∼5년 후면 이 지역 경제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커 IT 서비스에 대한 투자환경이 충분히 조성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아시아 IT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IBM은 지난해 경제환란에 따른 극도의 투자위축 상황에서도 글로벌 서비스사업부를 통해 12개가 넘는 이 지역 기업들과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에는 일본 미쓰비시 트러스트&뱅킹과 10년간 3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현재 IBM은 아·태지역에서 맺고 있는 아웃소싱 계약만도 5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컴퓨터 사이언스(CSC)나 앤더슨 컨설팅, 유니시스 등 다른 대형 서비스·컨설팅업체들의 경우 아직 아시아지역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북미나 유럽의 시장규모가 워낙 커 아시아지역의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EDS가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홍콩을, 경쟁업체인 CSC가 오스트레일리아지역을 집중 공략해 온 정도로 그밖의 아시아지역에서는 활동이 미온적인 편이다.
지난해 앤더슨 컨설팅을 포함한 대형 서비스업체들이 아·태지역에서 올린 매출은 전체의 5∼10% 정도에 불과했으며 그것도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에 집중된 것이었다.
따라서 분석가나 관측가들의 낙관적인 시각에 비해 서비스업체들의 입장은 좀 더 신중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조차도 아시아시장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어 본격적인 시장도약은 시간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아·태지역에서도 서비스시장 조성을 위한 인프라에는 나라마다 커다란 편차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컴퓨터망이 가장 잘 구축된 정보국가답게 서비스시장 환경이 비교적 넓게 개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체로는 CSC가 이 지역에서만 금융서비스분야의 30여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기본적인 통신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은 대만을 비롯해 그밖의 나라들도 컴퓨터에 대한 기업들의 마인드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IT시장 규모가 큰 일본은 아웃소싱시장이 비교적 활성화한 편으로 IBM이 다이와은행과 1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본 옴론, 케이블&와이어리스 옵터스 등과도 서비스 제휴를 맺고 있다.
한편 외국 서비스업체들이 그동안 아시아시장을 과감히 공략하지 못한 데는 상이한 문화적 배경이나 낙후된 하부구조, 정부조직에 만연돼 있는 부패, 그리고 경직된 법률 등이 시장개척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과 다른 아시아 지역의 독특한 노사관계는 기업 특정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데 상당히 배타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즉 아직까지 평생직장 개념이 강한 아시아지역 기업의 종업원들은 외국 서비스업체 전문가들이 해당기업에 파견돼 근무하거나 서비스업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해 지난해 경제위기를 경험한 이 지역의 많은 기업들이 비용절감 필요성과 함께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서비스업체들에 대한 IT업무의 아웃소싱을 적극 고려했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운영을 IBM에 맡긴 다이와은행처럼 구조조정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기업들조차도 감원과 함께 외국 서비스업체에 IT업무를 이관하는 것에 우려와 불안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가 서비스업체들에게는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조직의 운영을 전문 서비스업체에 맡기는 아웃소싱 추세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대형 전문서비스업체들은 새로운 황금어장을 차지하기 위한 결전태세를 갖춰 가고 있는 것이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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