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ACS산업 육성 급하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들어 지방소재 대학 및 종합병원이 잇따라 PACS 도입에 나서면서 「의료정보화의 꽃」으로 불리는 PACS의 보급확산에 일대 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도권의 일부 대형병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PACS를 지방병원에서 구축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더욱이 도입목적이 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의 하나인 병원업계가 서비스 경쟁에 나선 것은 종래 병원문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 이를 통해 낙후된 우리의 의료환경이 한 차원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요즘 병원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PACS는 무필름 병원 환경을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의료영상을 디지털화해 필름 인화비는 물론 보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따라서 병원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나 초기 구축비용이 많이 들고 진료환경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보급은 미진한 편이라고 한다.

 현재 삼성서울병원·분당제생병원·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센터 등 3개 병원이 전체(Full) PACS를 구축했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영동세브란스병원·서울대학병원·원주기독병원·서울중앙병원 등이 부분(Archiving) PACS를 구축했다.

 우리가 지방소재 대학 및 종합병원의 PACS 구축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가천의대 인천중앙길병원이 기가비트 이더넷을 사용한 풀 PACS를 내년까지 구축하고, 세계 최대 규모로 PACS 사이트를 구축한 삼성서울병원이 증축예정인 병원의 PACS 구축비로 2000만 달러를 책정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병원업계가 PACS를 IMF사태로 야기된 병원의 경영난 해소는 물론 빚장이 풀리는 무한 경쟁시대를 대비하는 비장의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저장매체의 가격이 급락하고 관련업체의 기술력이 급격히 향상되는 등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PACS가 경쟁력 제고의 관건이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PACS를 도입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PACS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PACS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원의 진료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PACS 도입에 나서야 한다.

 특히 필름 대출건수와 방사선과 촬영이나 판독을 위한 필름 조회건수 등을 분석, 이에 걸맞은 네트워크 및 저장매체를 결정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단기 저장매체의 용량을 결정할 때도 외래환자의 평균 재진기간을 철저히 분석해 장단기 저장매체간 이미지 이동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업체 및 기종 선정도 중요한 문제다. PACS 관련기술이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업체 및 기종 선정 여부가 성패를 가름하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력과 안정성을 갖춘 업체를 선정해야 하고, 기종은 세계 의료영상 표준 프로토콜인 DICOM(Digital Imaging Communications On Medicine)을 채택한 확장성이 높은 제품으로 기존 전산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처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PACS가 조심스럽게 확산되는 것은 우리 경제가 경기저점을 지나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PACS를 의료보험 수가에 적용하면 도입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외국 기술을 도입해 기술 종주국이 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PACS 기술 종주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쟁적으로 PACS 구축에 나서는 등 너무 빨리 달아오르다 보면 국내 업체가 미처 따라가지 못해 외국 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의료정보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토양은 마련됐다.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힘을 합쳐 PACS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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