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59)

 사령관실에 들어가서 나는 부동자세로 경례를 붙이고 관등 성명을 말했다. 사장, 아니, 사령관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물었다.

 『무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소프트웨어가 무슨 말이고?』

 나는 할 말이 없어서 잠자코 있었으나 침묵하는 것은 그를 모욕하는 듯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체를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하는데, 일종의 기계 분야를 하드웨어라고 하고, 프로그램 분야를 소프트웨어라고 합니다.』

 설명이 제대로 됐는지 그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은 유난히 벗겨진 대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옆으로 찢어진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담당자 얘기를 들으니 자네가 연구개발한 것이 대단하다고카데. 미국의 CIA에서 군침을 삼키는 것을 보면 난 뭔지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것 같긴 한데 말이다. 그 뭐꼬, 그거 가지면 김일성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충 4㎞까지가 유효거리기 때문에 여기서는 안됩니다.』

 『모란봉에 가서 장치해야 된다꼬? 그 무슨 소리고? 그럼 소용없제.』

 『주석궁 안에 감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대동강 건너 밖에서도 김일성의 목소리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장치와 좀 다릅니다.』

 『그래? 듣고 보이 좀 다른 거 같다. 컴퓨터가 그런 일도 하나?』

 『그렇습니다.』

 『컴퓨터가 계산만 하는 게 아이고, 통신도 제어한다 이말이제?』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컴퓨터로 로봇도 만들제?』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컴퓨터란 대단한 거이구나.』

 그는 컴퓨터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지만, CIA에서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과 대동강 건너에서도 주석궁의 김일성 목소리를 감청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력과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컴퓨터 애찬론자가 됐다. 그는 그해 10월 26일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자, 12월 12일에 조용한 쿠데타를 일으키더니 훗날 대통령이 됐다. 그러자 그때 나와 독대하고 나눈 대화 탓인지 컴퓨터 육성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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