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자상거래(EC) 체계 구축은 정부조달 부문에서 시작된다.」
최근 조달청 주최로 열린 「정부조달EC 대토론회」는 정부가 전자문서교환(EDI) 방식을 기반으로 추진중인 조달EC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간평가의 장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조달 부문의 EDI사업이 작지만 효율적인 전자정부 실현과 민간부문의 기업간(BB) EC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DI를 기초로 한 조달EC는 액수로만 15조3000억원(97년 기준)에 달하는 정부 조달업무 전반을 전산화, 거래의 투명성·효율성 확보는 물론 민간기업의 정보화를 선도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현황=조달청은 지난 97년부터 1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조달요청서·보증금수납통보서 등 7종 9개문서를 EDI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참여기관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다. 현재 조달청의 전체 거래 대상 기관·업체 가운데 수요기관이 2.7%인 51개, 조달업체는 38.9%인 98개만이 EDI를 활용하고 있다. 조달청 관련 EDI업무 실적은 그나마 나은 실정이라는 게 부처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문제점=전문가들은 공공 수요기관의 정보화 마인드 부재가 조달EDI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행정업무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투명성 확보라는 대의 명분이 당사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뿐더러 EDI 확산으로 예상되는 인력·경비 감축도 달갑지 않은 것이다.
법·제도적 정비와 부처간 협의가 전무한 점도 조달EDI의 확산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이다. 전자거래가 조달업무의 일부 과정에만 국한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급결제와 관련한 제도 정비는 대표적인 현안으로 지적된다.
특히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전자자금이체(EFT) 관련 법 제정이나 사고발생시 분쟁해결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안=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기관·조달업체 등의 정보화 마인드 제고를 위해 조달부문의 EDI사용을 법률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먼저 나서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조달부문의 EDI 보급, 그리고 이를 통한 정부·민간부문의 EC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사용기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EDI 적용후 얻게 되는 예산절감 및 업무 투명성·효율성 등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전산원 송관호 단장은 『조달EC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나 통신인프라 구축 등을 정부가 직접 챙겨야 할 것』이라면서 『정보통신부·재정경제부·조달청 등 관계부처와 조달업체들이 참가하는 범정부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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