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투수가 던지는 커브는 과연 얼마나 휘는 것일까? 또 골프공은 왜 그렇게 표면이 울퉁불퉁할까? 테니스 선수의 서브 공 빠르기는 얼마나 될까?
이 세 가지 공의 공통점은 다같이 표면이 매끈하지 않다는 것이다. 야구공에는 봉합 선이 있고, 골프공은 「딤플」이라고 부르는 오목한 요철로 덮여 있으며 테니스 공 역시 잔털로 뒤덮여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복잡한 공기역학적 운동양상이 나타난다.
공기역학은 주로 비행물체를 설계할 때 필요한 이론체계로 주로 「풍동」이라는 장치를 써서 비행물체 주변 공기 흐름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풍동은 커다란 관 안에 비행물체 모델을 고정해두고 강한 바람을 흘려보내는 것이며 유색 가스를 섞어서 보내면 공기의 흐름이 시각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1950년대 말에 미국의 라이먼이라는 학자는 풍동을 이용해 야구공의 운동을 연구한 바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커브는 1분당 1600번이나 회전하며 공이 휘는 폭은 최고 37㎝에 이른다고 한다. 또 너클볼이라고 부르는 변화구는 공에 회전을 아주 적게 먹이는 것으로 타자에게 날아오는 공이 옆으로 30㎝ 정도 벗어나기도 한다.
야구공이 이렇듯 복잡한 운동을 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던 봉합선 때문이다. 공이 날아가면 불규칙한 표면 때문에 작은 소용돌이들이 생기는데 그것이 주변의 기압을 불규칙하게 변화시켜 공을 이리저리 끌어당기는 것이다.
일찍이 19세기 중반 한 독일 학자가 이런 현상을 연구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공의 비행궤적이 변화하는 현상을 「마그누스 효과」라고 한다. 야구공의 봉합 선은 바로 이런 효과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야구공 표면이 거칠면 거칠수록 변화구 효과가 크기 때문에 투수들은 공을 문지르거나 손톱으로 눌러 흠을 내기도 한다.
야구공이 방망이에 맞는 것도 오묘한 현상. 공과 방망이의 충돌은 0.005초라는 지극히 찰나적인 순간 동안 일어나며 이때 야구공은 2㎝ 가량 찌그러졌다가 날아가면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골프공이 만약 표면에 딤플이 없고 매끈하다면 날아가는 거리가 75%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마그누스 효과 때문에 공 아래쪽의 압력이 커져서 위쪽으로 밀어올리는 것이다. 딤플의 모양에 따라서도 날아가는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원형 외에 4각이나 6각형 딤플도 시도되고 있다. 골프공이 날아갈 때는 분당 3000회가 넘는 회전을 하며 딤플의 패턴도 일정하기 때문에 그만큼 마그누스 효과도 크다.
의외의 사실이지만, 프로 테니스 선수의 강 서브를 맞고 날아가는 공의 속도는 시속 200㎞를 훨씬 웃돌며 이는 티샷에 맞아 날아가는 골프공과 비슷한 수준. 그러나 물렁물렁한 테니스 공은 라켓에 맞는 순간 납작하게 짜부라졌다가 날아가는 동안 신축 운동을 반복하면서 공기저항이 크게 증가해 네트 건너편에 도달할 때쯤에는 시속 60㎞ 정도로 느려진다.
물론 공 표면의 털도 구속을 낮추는 데 한몫 한다. 반면에 골프 공은 날아가면서 속도가 거의 줄지 않는데 이 때문에 멀리서 날아 온 골프공을 머리에 맞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테니스 라켓에는 흔히 세 군데의 최적 타구점이 있다고 한다. 공에 최소의 충격을 주는 점, 또 최소의 진동을 주는 점, 그리고 최대한의 타구력을 내는 점이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라켓의 무게나 손잡이 등을 연구하여 이 세 점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연구를 하기도 한다.
21세기에는 스포츠 과학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공 안에 소형 컴퓨터를 내장시켜 모든 운동을 기록,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밀한 운동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운동경기 전술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 같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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