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꼭 찍어야 하나요? 사진 없이 이야기만 써 주세요.』
이영희씨(39)는 카메라 앞에 서서도 계속 난처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이씨가 사진 찍는 일을 한사코 반대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서는 안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희씨의 직업은 「미스터리 샤퍼」. 손님을 가장하고 대리점이나 직영매장에 방문해 매장의 업무효율성이나 친절도 등에 대해 평점을 매긴다. 평점을 매기는 동안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것은 기본. 직원들의 평소 근무상태와 매장환경을 점검하는 것이 미스터리 샤퍼의 목적이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자녀를 둔 이씨가 이 업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경험 삼아 시작한 일이 벌써 7년째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는 단순히 재미 삼아 일을 맡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혀 보면 전혀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매장의 위치, 교통수단, 진열방식, 고객응대, 실내장식, 청결도 등 수십가지 항목을 꼼꼼히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히 매장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고객 입장이 돼 생각해야 일을 잘 할 수 있지요.』
이씨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에 치우치거나 특정 항목에만 관심을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사람이 고객에게 잘 대답을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평가를 할 수는 없지요. 급한 업무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른 일에 열중하느라 잘 듣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를 참고해야 합니다.』
『똑같은 인사나 응대를 하더라도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는지 여부를 중요시한다』는 이씨는 자신을 미스터리 샤퍼로 의심해 과잉친절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절대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씨가 하루에 돌아다니는 매장은 두세 군데. 제주도나 부산 등 지방에까지 출장을 가서 「손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단 매장 방문을 마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이씨의 원칙. 매장을 방문한 인상이 남아있을 때 작성해야 공정하고 충실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점검한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기도 한다.
매장을 방문하는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지만 이씨는 자신의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말한다. 미술교육을 전공한 덕분에 매장내 인테리어나 배치 등에 대해 남보다 빨리 체크할 수 있고 배우는 점도 많기 때문이다.
『휴대폰 매장을 방문해서는 휴대전화의 다양한 사용법을 배우고 백화점의 가전매장을 방문해서는 새로 나온 상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볼 수도 있고요. 제가 주부이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문제점이나 좋은점 등을 챙길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기업들의 서비스 개선에 한몫을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이씨는 『주부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며 웃는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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