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기술 표준화 문제를 둘러싼 세계 주요 반도체 기술 단체들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관련 비영리 연구단체인 세마테크(Sematech)가 300㎜ 웨이퍼 표준화 문제를 포함한 각종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에 외국계 반도체업체의 참여를 적극 유도키로 한 데 이어 일본업체 주축의 반도체첨단테크놀로지(세리트)도 반도체 연구 영역을 300㎜ 웨이퍼 이외의 분야로까지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이다.
세마테크는 지난해 300㎜ 웨이퍼 관련 기술 표준화 단체인 「인터내셔널 세마테크」를 별도로 설립, 이 컨소시엄에 한해서만 외국계 반도체업체들의 참여를 인정해 왔다.
이에 따라 인터내셔널 세마테크에는 국내 현대전자를 비롯해 인텔·IBM·록웰·TI·모토롤러·AMD·루슨트테크놀로지스·HP·디지털·NS 등 미국 10개사와 SGS톰슨·필립스·지멘스 등 유럽 3개사, 그리고 대만의 TSMC 등 총 15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300㎜ 관련기술과 환경 및 안전관련 설비의 표준화작업을 추진중이다.
이런 가운데 세마테크는 최근 300㎜ 웨이퍼 표준화 문제 외에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저유전율 박막 및 구리칩 등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의 외국계 반도체업체의 참여를 허락함으로써 현재 인터내셔널 세마테크에 가입해 있는 현대전자·필립스 등 5개 외국계 반도체업체의 일반 연구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세마테크의 움직임에 대응, 일본 진영의 300㎜ 웨이퍼 기술 표준화 단체인 세리트는 반도체 관련 연구 영역을 300㎜ 웨이퍼 문제 외에 차세대 노광 및 구리칩 제조 기술 분야로까지 확대키로 하는 등 미국 측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에 나서고 있다.
비 일본계업체로 유일하게 국내 삼성전자가 가입돼 있는 세리트는 NEC·도시바·히타치제작소·후지쯔·미쓰비시 등 일본 주요 10개 반도체업체가 공동 출자해 만든 300㎜ 웨이퍼 관련 기술 표준화 단체다.
세마테크와 세리트의 최근 움직임은 300㎜ 웨이퍼를 비롯한 각종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의 개발 및 표준화 경쟁에서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이들 두 진영은 300㎜ 웨이퍼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규격을 공동 제정한다는 데 합의하는 등 외형적으로 공동 보조의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일본 등 주요 반도체 국가들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반영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각 진영은 기술 주도권 장악을 위해 적극적인 세 불리기 작업에 나서는 등 치열한 경쟁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두 진영 모두 외국계 업체들에 대한 문호를 완전 개방하고 표준화 및 개발 경쟁 영역을 300㎜ 웨이퍼 문제를 포함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전반으로까지 확대시킴으로써 이들 두 단체간 표준화 경쟁은 전세계 반도체업계의 이해 관계가 얽힌 복잡한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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