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도 MP3플레이어 분야에 새로 진출하려는 업체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새한정보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기기로 불리는 「MP맨」을 상품화했을 당시만 해도 MP3플레이어 개발업체는 불과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숫자를 거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전문기업, 이름조차 생소한 벤처기업들이 경쟁적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이젠 한국하면 MP3플레이어를 떠올릴 정도로 우리나라는 MP3 종주국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MP3플레이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해외의 많은 바이어들이 공급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속속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다.
때 맞춰 새한정보시스템 등 선발업체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LG전자·에이맥정보통신·디지털웨이·아이젠·고려미디어 등 후발업체들도 시제품 단계를 벗어나 하나둘씩 양산모델을 선보이고 앞다퉈 수출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MP3플레이어 업체들의 수출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제품의 획일화와 과열경쟁에 따른 출혈수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획기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채용한 시제품을 발표했던 업체들도 최근 들어 이 시장에 새로 진출한 신규업체 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기능 차별화를 포기하고 제품 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후발주자인 K사는 최근 양산단계에서 제품 스펙을 전면 수정해 새로이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내장형 플래시메모리를 착탈식 멀티미디어메모리카드(MMC)로 교체하고 알칼라인 건전지도 일반 건전지로 교체했다. 제품 스펙을 바꾼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어들의 요구대로 제품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차세대 저장매체인 클릭을 이용해 MP3플레이어를 개발했던 B사도 최근 이 제품의 양산을 포기하고 저장매체를 플래시메모리로 교체한 새로운 제품개발에 나섰다. 새로 거래를 시작한 독일 바이어가 클릭보다는 대중화돼 있는 플래시메모리 타입의 제품 개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 시장 진출을 선언한 G사도 2억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한 초기모델을 포기하고 최근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최근 들어 MP3플레이어 분야엔 특별한 부가기능 없이 동일한 스펙에 무조건 값싼 제품을 개발해 수출 오더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현재 양산단계에 돌입한 업체들의 제품만 보더라도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새로 개발한 카세트 겸용 복합 MP3플레이어를 제외하고는 기능면에 있어 특별히 눈에 띄는 제품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시장 차별화를 위해 카세트 겸용 MP3플레이어를 주력모델로 선보였지만 값이 저렴한 단순 MP3플레이어를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저가경쟁에 대비한 사전포석인 셈이다.
MP3플레이어의 해외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MP3플레이어 대중화 원년을 맞아 다양한 기능을 지닌 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조업체만 다를 뿐 차별화된 제품이 거의 없다』며 제품 라인업 구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MP3플레이어 종주국으로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선 값싼 제품을 대량생산해 수출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시장 진입 단계인 만큼 서두르지 않고 제값을 받고 제품을 수출해 그 이익으로 새로운 기술을 축적하는 데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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