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휴맥스의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DSBR)가 노키아 제품과 함께 쌍벽을 이루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국내에는 디지털위성방송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96년 국내 처음으로 DSBR를 개발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던 변대규 사장(39)은 휴맥스가 글로벌 벤처기업임을 강조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만대의 DSBR를 유럽으로 수출, 283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에서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휴맥스는 지난해 자체 브랜드로 6만대의 DSBR를 판매해 유럽에서는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DSBR는 매우 폐쇄적인 시장입니다. 시청자들의 90% 이상이 방송사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제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10%도 채 안됩니다.』
휴맥스는 10%도 안되는 좁은 니치마켓에서 유럽 본토업체인 노키아사를 제치고 당당히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체로 부상했다.
『시청자가 적은 중소방송사들은 적절한 가격에 수신기 공급업체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신제한장치(CAS:Conditional Access System)를 아예 공개해 수신기 업체들간에 판매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경제적으로 수신기를 선택구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때문에 이 시장은 아무리 적은 물량이라도 발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중소기업 고유영역인 셈이지요.』
휴맥스는 방송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6종의 CAS 중 상당수와 유력 딜러들을 확보해두고 언제든지 즉각 수신기를 판매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다져두었다.
『최근에는 현지 딜러나 방송사들의 초청을 자주 받습니다. 대부분 제품공급을 의뢰하는 자리지요. 이런 자리에 나가보면 휴맥스가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실감케 됩니다. 전에는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 않던 사람들이니까요.』
휴맥스는 한때 주문형반도체(ASIC)분야에서 명성을 떨쳤던 건인이 지난 98년에 개명한 회사다. 건인은 지난 89년 서울대 공학박사 7명이 모여 만든 회사여서 출범때부터 화제가 됐었다.
『건인 시절에는 비록 기술력이 좋다는 평판을 듣기는 했어도 무슨 사업을 해야 할지를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 93년부터 디지털 가전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우리의 기술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유망시장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변 사장은 그러나 디지털가전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어려움과 마음고생도 많았다고 토로한다.
『96년 DSBR를 개발하고 2만5000대를 유럽에다 처녀 수출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다음해인 97년에 위성방송시장에 M&A 회오리가 불면서 주문이 딱 끊어져버렸지요. 때문에 97년 수출이 재개될 때까지 애간장이 다 녹아났습니다. 의욕만 앞섰지 해외시장 동향을 너무 몰랐기 때문입니다.』
변 사장은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 앉아 있어도 각지에 확보해둔 딜러들과 방송사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때문에 세계 곳곳의 정보가 속속 입수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올해에는 유럽에만 30만대의 DSBR를 판매하고 미국시장에도 진출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변 사장은 『휴맥스 성공의 가장 큰 의의는 글로벌 벤처기업의 탄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휴맥스의 시행착오가 세계무대 진출에 꿈을 갖고 있는 후발 벤처기업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성공 노하우도 전수돼 앞으로 제2, 제3의 휴맥스가 계속 탄생됐으면 한다』는 변 사장은 대구 에인절클럽의 멤버로 벤처기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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