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세기의 기업환경은 지식기반산업이 경제를 선도하고 소비자의 욕구가 전문화·다양화되며, 기업간·국가간의 기술경쟁·특허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 미국의 스탠퍼드연구소는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신소재, 정보·통신, 생명공학, 우주항공 그리고 환경관련 분야를 꼽은 바 있다. 그런데 이들 유망산업은 다른 많은 산업들과 깊이 연관돼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화학산업이 직접적으로 이들 산업의 기반이 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화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물질과 공정을 개발함으로써 전자·기계·재료 등 모든 산업의 근간을 이루며 인류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왔다. 특히 농약과 비료 등의 농화학제품에 기인한 농업기술의 발달은 녹색혁명이라고까지 불리며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우려됐던 인류의 비관적 미래를 한낱 기우로 만들었다.
즉 농화학 제품과 약품, 섬유 등과 같이 직접적인 화학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반도체 핵심소재인 실리콘웨이퍼, 각종 가전제품 케이스 및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고기능성 플라스틱, 항공기용 첨단소재, 차세대 전지 등 오늘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많은 상품과 산업이 화학산업과 연관돼 인류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산업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그것은 화학산업의 막대한 공헌에 비해 일부 유해한 화학물질이 각종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특별히 부각됐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화학물질은 페니실린과 같이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하며 더 나아가 산업화 과정에서 병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산업 또한 화학산업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국내 화학산업은 70년대 중화학공업의 투자에서 비롯된 석유화학 및 비료공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천과 울산의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정부와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석유화학산업은 전자·섬유·정밀화학 등의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한편, 석유화학산업으로부터 공급받은 원료를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정밀화학산업은 기초소재산업에 비해 생산품의 가격이 10∼100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일정 수준의 기술축적이 요구되는 정밀화학산업은 선진국에 의해 세계시장이 주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그 역사가 일천하고 투자규모가 작은 편이었으나 98년 물질특허제도 도입 이후 연구개발에 대한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구조조정의 태풍은 화학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필수적인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기초소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정밀화학산업에 본격적인 투자가 필요하게 됐다.
이를 위해 풍부한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하여 고급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화학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을 유도하고 첨단기술 개발에 기업 및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대 화학산업의 꽃은 의약산업이다. 척박한 산업환경 속에서도 국내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이 시작되고 있으며 바이오테크놀로지를 무기로 한 벤처기업의 창업이 뒤를 잇고 있다.
일부 윤리성 문제로 찬반의 논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생명공학은 분명 인류의 당면과제인 질병의 치료와 식량·에너지·공해문제 등을 획기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미래의 유망기술이다.
최근 개발된 빈혈치료제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은 1g의 값이 금값의 수만 배에 이르고 항암치료시 백혈구 감소를 막는 콜로니 자극인자(CSF) 1g의 값은 5억원을 호가하는 등 생명공학산업은 그야말로 고부가가치의 황금알을 낳는 현대판 초연금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을 중심으로 볼 때 화학산업은 분명 21세기의 핵심산업이다. 화학산업이 잘 발달된 나라치고 경쟁력이 강하지 않은 나라가 없으며 이는 곧 기술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 길목에서 특허청은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해 나갈 것이다.
<김수동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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