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비지오코리아 권호섭 사장(41)의 취미는 요리기구 수집이다. 우리 사회 정서상 남자가 요리를 하거나 요리기구를 수집하는 것은 아직까지 조금은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권 사장은 가정에서 요리를 하기도 하고 주방기구를 직접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
권 사장이 요리기구를 수집하는 데는 남다른 철학이 있다.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주방 요리기구는 건강과 직결될 뿐 아니라 좋은 기구는 같은 음식을 좀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가 구입한 주방기구로는 10여년 전 양쪽문 열림 냉장고(사이드 바이 사이드)를 시작으로 국·찌개 냄비, 수박 써는 전용 칼, 후추 컨테이너, 식용유 병, 국자 얹어 놓는 기구, 코냑·샴페인 잔, 포도주 따는 기구, 일반 그릇 등 다양하다. 현재 주방에 있는 기구 중 3분의 2 이상을 그가 직접 구입했을 정도다.
그래서 그는 백화점에 갈 때나 외국 출장길에는 꼭 주방기구 전문점에 들러 새로운 기구로 어떤 것이 나왔는지 관심을 갖는다. 최근 미국 출장길에도 주방 분위기를 살리면서 아내의 손을 보호하기 위해 예쁜 고무장갑과 국자를 얹어 놓는 기구를 구입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영역침해」라고 불평도 했지만 지금은 주위 사람들에게 남편의 취미를 자랑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이같은 남편의 배려로 아내는 음식 만들기에 전념할 수 있게 돼 요즘은 요리솜씨가 일류 호텔 요리사를 능가한다.
권 사장은 요리기구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요리도 잘한다. 그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84년 미국 유학시절 자취생활을 하면서부터. 시간 절약을 위해 한번에 20인분의 소면을 끓여 보관하고 커리드 라이스로 번갈아 끼니를 해결하면서 음식 솜씨를 익혔다. 지금은 여러 종류의 피자를 직접 만들 수 있고 일식, 프랑스 요리까지 한두 가지는 할 줄 알며 아내의 입맛에 꼭 맞게 찌개를 끓인다.
주방용기 수집이 취미라고 성격도 여성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권 사장은 골프와 자전거 타기, 산책을 즐기며 오디오 스피커와 장식 가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일상 생활의 세심한 배려가 몸에 배어 영업 전선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권 사장은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철학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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