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제품의 서비스요금은 얼마가 적정한가. 서비스요금은 소비자와 서비스업체간의 의견차 때문에 어느 정도가 적정한 수준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서비스요금을 둘러싼 서비스업체와 소비자간의 의견대립은 끊일 수 없다.
지난해 9월 가전업체들이 서비스요금을 대폭 올렸다. 그동안 5000원이던 출장료를 7500원으로 50% 인상하고 기술료와 부품대도 종류에 따라 6∼30%까지 인상했다.
이같은 인상은 곧바로 소비자 불만으로 나타났다. 출장수리의 경우 사소한 처치를 하고도 7500원의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가전업체들은 서비스요금의 인상폭이 크긴 하지만 그 금액은 결코 비싸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서비스요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업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서비스업체들은 국내 가전 AS요금이 현실화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AS경쟁력이 제품판매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서비스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이같은 요금체계가 본사로부터 분사해 별도로 세워진 서비스 전문업체들에 그대로 적용되면 경영이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본사의 별도 지원이 없으면 연간 600억원에서 120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서비스업체들은 유상서비스 한건당 받는 수수료가 원가의 50%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만으로 채산성을 맞추는 외국 서비스업계 수준으로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가전제품 서비스요금은 우리나라의 3∼5배 수준이다. TV수리의 경우 국내업계가 건당 평균 6731원을 받고 있는 데 반해 미국업체들은 평균 3만5100원을 받고 있다. 냉장고도 국내업체들은 건당 평균 1만968원으로 미국업체 5만8500원보다 매우 저렴하다. VCR의 경우는 우리 업계가 건당 970원인 데 반해 미국은 2만2700원이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와 수준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은 스페인이나 멕시코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전자제품 서비스요금은 상당히 싼 편이다.
TV의 경우 스페인은 TV와 VCR, 냉장고의 수리비가 모두 건당 1만6380원이다. 또 멕시코는 TV와 냉장고가 각각 1만8486원, VCR는 1만6965원이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서비스요금은 이들 나라의 서비스요금에 비해서도 1.5배 내지 2.5배 정도 싸다.
국내업체들은 손익 제로베이스의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TV, 냉장고, VCR 등의 정상적인 서비스요금은 원가수준인 2만5000원 안팎이 돼야 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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