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극장가가 심상치 않다. 최근 몇년 동안 처음으로 10편 이상의 영화가 같은 날 동시에 개봉되면서 전국 극장들을 비롯, 수입·배급을 맡은 영화사, 홍보대행사, 이벤트업체들까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7일 전국 극장에 걸릴 영화는 무려 12편.
세음미디어가 수입·배급하는 「아메리칸 히스토리 X」, 브에나비스타의 「딥 라이징」, 올리브커뮤니케이션의 「웨이킹 네드」, 제일제당의 「인 드림스」, 현대방송의 「세가지 소망」, 율가필름의 「바이러스」, 베어엔터테인먼트의 「택시」 등이 있다. 또한 「알렉볼드윈의 컨페션」 「와일드 씽」 「수어싸이드 킹」 「코드 제로」 「바람의 나라」 등도 경쟁대열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는 그동안 「쉬리」 「내마음의 풍금」 등 한국영화가 전국 70여개 개봉관을 독점하다시피 해오면서 외화 수입·배급업체들이 비수기를 겨냥해 들여온 속칭 「소품」의 개봉을 차일피일 미뤄왔으나 오는 6월 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워즈 완결편」이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자기 다급해졌기 때문.
더욱이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도 오는 5월중으로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개봉관에 걸어보지도 못하고 사장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외화 수입·배급업체들과 홍보대행사들은 주말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경품제공, 특별 이벤트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들을 다채롭게 준비하는 등 별도의 판촉 전략까지 세웠다.
영국 코미디 영화 「웨이킹 네드」를 수입·배급하는 올리브커뮤니케이션이 17일 시네코아극장 앞에서 개그맨 김한석의 사회로 「뜻밖의 행운을 잡아라」라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 다트식 추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경품을 제공하고 즉석 장기자랑을 벌일 예정으로 있는 등 외화들의 장외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홍보사 젊은기획의 하혜령씨는 『그동안 상영시기를 늦춰오던 외화 소품들이 막바지 개봉시기를 비슷하게 잡으면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며 『개봉작이 많은 만큼 성패는 얼마되지 않아 갈릴 것』으로 분석했다.
아무튼 이번 주말 극장가는 할리우드 대작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소품을 즐기는 마니아들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듯 싶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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