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 인증기관 "한판승부"

 「업계 표준이냐, 국가 표준이냐.」

 전자서명법 시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인 인증기관(CA)체계와 해외 민간부문의 전자상거래(EC) 인증체계간에 본격 경쟁이 예상된다.

 인증은 인터넷 등 개방형 전산 환경에서 사용자의 신원과 거래내용의 신뢰성을 확인해주는 서비스로 안전한 EC구현을 위한 핵심적인 인프라로 간주된다. 민간부문에서는 비자·마스타 등 신용카드사들이 주도하는 「SET」 인증체계가 대표적인 사례.

 이에 따라 조만간 SET프로젝트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양 카드사는 전자서명법 발효에 따른 파장을 놓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차이점=전자서명법이 규정하는 공인CA와 SET 등 민간CA는 구조 자체가 아예 다르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SET는 비자·마스타·유로페이 등 세계적인 신용카드사들이 실물 환경의 안전한 결제구조를 인터넷 EC환경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SETCo」가 최상위 CA역할을 맡고 있다.

 그 하부에는 「베리사인」 「GTE」 등이 각 카드사들의 브랜드CA로 자리잡는 국제적인 인증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자서명법에서는 한국정보보호센터를 국가 최상위 CA로, 그 하부에 공인CA 및 등록기관(RA) 등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거래내용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도 SET에서는 SETCo가 지는 데 비해 전자서명법상에서는 국가가 신뢰성을 보장한다. 물론 제공하는 인증서비스의 종류나 영역에는 차이점이 없다.

 ◇SET 진척상황=SET는 실물 환경의 신용카드 결제구조를 인터넷 환경으로 옮겨놓은 체계라는 점에서 신용카드사들로선 사활이 걸린 사업이다. SET체계의 확산이 곧 인터넷 EC 환경에서도 지불수단을 장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내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SET 기반의 EC 시범사업을 전개해온 비자·마스타 양사는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자는 외환카드·신한은행·한미은행·축협 등 4개 회원기관과 공동으로 「메가몰」 프로젝트를, 마스타는 국민·비씨·삼성·LG 등과 공동으로 이달안에 EC 상용화에 착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한국통신이 양 카드사의 국내 CA로 참여할 예정이다.

 ◇전자서명법의 영향=근본적으로 인증서비스의 영역이 공인CA 및 민간CA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국내의 경우 당분간은 공인CA가 인증서비스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용자들은 비대면 거래가 특성인 인터넷 EC 환경에서 국가기관이 법률로 보장한 공신력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SET는 신용카드 결제만이 가능한 반면 자금이체·지로 등 다양한 지불서비스에 적용될 공인CA의 영향력은 더욱 클 것이라는 점도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신용카드사들은 무엇보다 현재 국내 인증시장 자체가 극히 미미한 실정이어서 공인CA가 등장하더라도 당장에 인증서비스를 적용할 만한 환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EC시장이 성장할수록 해외에서 세를 넓혀 가고 있는 민간 인증서비스가 곧 국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인CA든 민간CA든 향후 EC 인증서비스 시장판도는 결국 인터넷 사용자들이 좌우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성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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