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서체를 컴퓨터에서 표현해주는 폰트파일은 표현법상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어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곽동효 부장판사)는 12일 한글 폰트파일 개발업체인 Y연구소 등 5명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한모씨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한 한글 폰트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해 지금까지 한글서체와 폰트의 법적보호를 주장해온 서체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며 프로그램의 창작성은 여러 표현방식이 가능한 상황에서 특정 표현방식이 다른 방식에 비해 독창성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정 서체를 구현하는 아이디어가 글꼴파일 형태로 표현되는 과정은 동일 운용체계(OS)나 공개된 응용프로그램을 똑같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서체도안의 미적인 창작요소가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과 가치를 가지면서 저작물로 보호되는 경우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에서 좋은 서체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사라졌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을 육성하는 세계적 추세에 비춰볼 때도 이번 판결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원고측은 「윤서체」 「참한글」 「묵향」 「한메글꼴모음」 등 컴퓨터상에서 도안된 서체를 출력하기 위한 글꼴 파일을 개발·판매하는 과정에서 한씨가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자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지난 96년 소송을 내 지난해 1심에서는 승소한 바 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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