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하다. 문화의 본질은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적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김수영 시인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작가 특유의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다. 우리 사회가 2000년대의 새로운 꿈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불온성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문화적 바탕이 필요하다는 선험적 진단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적으로 불온성의 에너지가 충만한 국가는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낙오될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더해가는 멀티미디어 시대다. 「타이타닉」 같은 대작은 어느날 갑자기 그냥 출현하는 게 아니다. 볼온성을 창조해 내는 문화적인 기반이 구축돼 있고 제작사의 용기 있는 결단과 감독의 색깔 있는 독창성이 어우러질 때 세기적인 대작이 나오는 법이다.
미국의 만화가 스탠 리가 62년 창조한 「스파이더맨」이 우여곡절 끝에 영화로 햇빛을 보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총 2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이 영화의 제작은 소니가 맡고 「타이타닉」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기로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처럼 대다수 감독들과 영화사들이 「스파이더맨」에 연연하는 까닭은 영화 판권뿐만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캐릭터산업이 이 영화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장난감과 비디오, 다양한 액세서리를 비롯해 햄버거·속옷·휴지에 이르기까지 스파이더맨의 활동은 종횡무진할 전망이다.
우리의 문화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세계적인 콘텐츠 하나 만들지 못하는 아마추어 수준으로는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같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코미디언 심형래가 감독한 「용가리」가 세계 영화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도전의식 하나로 수준급의 영상물을 만들어 수출길을 터가고 있는 심 감독의 외로운 지적 편력을 계기로 우리 문화의 창조적 불온성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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