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뭐야, 새끼야.』
『은행에 돈을 입금하고 왔습니다.』
『웬 돈을 나흘씩이나 연거푸 입금해. 자네집 부자야?』
『부자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됐습니다.』
『임마, 여자 임신시키고 소파수술하는 데 돈을 나눠서 부쳐 준 것은 아니냐?』
『그런 것도 아닙니다. 여기 통장이 있는데 보시겠습니까?』
선임하사관이 나의 사생활을 꼬치꼬치 묻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소속된 정보기관의 통신분야는 상당히 민감한 곳이고, 그것은 나의 행동반경과 내가 사귀는 모든 사람에 대한 보고를 필수적으로 해야 했다. 그것은 적의 공작이 있을 가능성 때문이고, 동시에 방첩 차원에서 기본적인 것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통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선임하사관은 통장을 펴들고 그곳에 기록돼 있는, 사흘 동안 5천원씩 입금된 것을 보았다.
『한꺼번에 2만원을 입금하지 왜 5천원씩 입금했어?』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이해하실지 모르지만….』
나는 사생활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 매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한 여자에 대해서 말했다. 중사는 매우 재미있다는 듯이 내 이야기를 듣다가 불쑥 물었다.
『미인이냐?』
『아닙니다.』
『짝사랑한다 이거지? 하긴, 있을 수 있는 이야기긴 하지만, 지금 너의 임무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 짝사랑하는 여자를 보려고 담 밖으로 밥먹듯이 출입하냐?』
『시정하겠습니다.』
나는 선임하사관의 훈시를 듣고 나왔다. 통신반 연구실로 들어가자 윤일구 병장을 비롯한 고참 상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선임하사관의 호출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궁금해 했다.
『설사가 뭐라니?』
윤일구 병장이 물었다. 「설사」란 배설상 중사를 두고 부르는 별명이었다. 배설상이라는 이름의 상에서 이응(ㅇ)을 빼면 배설사가 되기 때문에 모든 병사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 물론, 듣는 데서는 그렇게 부르지 못했다.
『잦은 외출을 추궁했습니다.』
『그래, 뭐라고 대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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