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화제> 재미교포 3인, "아메리칸 드림" 이뤘다

 세 명의 재미교포가 만들어낸 성공스토리가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분야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만화제작사 와이드스톰의 짐 리 사장(36). 그는 미국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출판만화뿐 아니라 게임, 장난감, TV애니메이션, 극장용 만화영화 속에 등장해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사랑받고 있다. 짐 리의 첫 출세작은 스물 여덟 살인 지난 91년 발표한 만화 「X맨」. 초판이 800만부 팔리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이 작품으로 그는 최고의 아티스트에게만 주어지는 코믹 바이어스 가이드상(The Comic Buyer’s Guide Award)을 수상하며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명문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만화가가 되고 싶다며 마블사의 아티스트로 입사했다. 그리고 10여년 만에 그는 X맨, 와일드캐츠, 스톰워치, 데스블로, Gen13 같은 대표작을 만들어 내면서 미국 최고의 만화작가로 올라섰다. 와일드스톰사 이외에도 짐 리가 창업자겸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미지 코믹스사는 한 해 매출이 무려 5000만달러에 이르는 세계 3위의 만화제작사다. 그의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짐리도 미국 청소년들에게 슈퍼 히어로가 된 셈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시네마틱스 스튜디오의 윤종범 사장(41). 그는 「툼레이더」로 유명한 영국 아이도스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대작 게임 「레브넌트(Revenant)」를 개발중이다. 레브넌트는 전생의 기억을 잊어 버린 채 이 세상으로 소환된 전사의 이야기를 그린 롤플레잉 게임. 영화처럼 한 편의 히트작으로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는 게임업계에서 시네마틱스는 무서운 잠재력을 벤처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윤 사장 역시 인생의 진로를 바꿔서 성공의 기틀을 다진 인물. 그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마친 84년 미국으로 건너가 공과대학을 다시 다녔다. 그리고 서른 여섯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2명의 현지 프로그래머와 함께 게임 벤처업체 시네마틱스를 설립했다. 기계에 지배당한 미래의 인간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아케이드형 PC게임 「토털메이햄」이 알려지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메이저 업체인 아이도스가 후원자로 나선 것. 그는 지금 전세계를 지배하는 가상국가를 둘러싼 첩보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기획하는 등 게임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인터넷 천국 실리콘밸리에도 성공한 한국인 1.5세가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 665번지에 자리잡은 인터넷 광고디자인 및 컨설팅업체 에이전시컴(AGENCY COM)의 서찬원 사장(38). 그는 창업한 지 불과 3년만에 2억8000만달러의 재산을 가진 거부가 됐다. 에이전시컴은 보스턴, 시카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싱가포르와 유럽까지 모두 11개 지사에 6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인터넷 광고업계의 유망주. 이 회사의 고객명단에는 베네통, BMG, 영국항공, 루프트한자항공, 컴팩컴퓨터, 휴렛패커드, 구치, K마트, 이코노미스트 그룹 등 거대기업이 즐비하다.

 서 사장 역시 인생역정을 거친 인물. 전자우편으로 사귄 친구와 함께 아파트 자취방에서 창업자금 80달러로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드라마틱한 성공담의 주인공이 됐다.

 그외에도 미국에는 상당수의 한국인 게임 프로그래머와 애니메이터가 일하고 있다. MIT, 스탠퍼드 같은 아이비리그 출신 유학생들 중에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고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심어주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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