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반도체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업체간 인수·합병(M&A) 바람이 다시 일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올해 반도체업계의 M&A 규모가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최근 네트워킹 칩업체인 레벨원 인수를 발표한 것도 이같은 전망이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인텔이 레벨원을 인수키로 하면서 제시한 금액은 22억달러로 지금까지 반도체분야 M&A 규모 가운데 최고의 기록으로 알려졌다. 이는 또 지난해 이 분야 전체 M&A 규모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인 브로드뷰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분야 M&A는 총 71건에 59억달러로 건당 평균금액은 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인텔의 사례를 제외하고도 굵직한 M&A들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무선과 네트워킹 등 급성장하고 있는 통신시장을 겨냥해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인수의 주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VLSI 테크놀로지가 네덜란드 필립스의 인수 표적이 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필립스는 현재 이 회사를 7억7700만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공개선언한 상태다. 필립스는 이 과정에서 VLSI의 경영진이 이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적대적 M&A에 본격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사이프레스 세미컨덕터가 경기 사이클을 타는 메모리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선통신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올초 IC워크스를 1억달러에 매입키로 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도 고속통신용 칩사업 확대를 위해 경쟁업체인 시매론 커뮤니케이션스를 1억1500만달러에 매입키로 했다.
이밖에 LSI 로직이 지난달 고속 네트워킹 기술확보를 위해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시크 테크놀로지를 주식교환 형태로 1억달러 규모에 매입한다고 발표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는 통신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반도체업체들의 M&A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M&A 움직임은 그러나 통신용 반도체분야만의 현상은 아니다. 올들어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기존 메모리분야의 주요업체들도 생산능력 확대를 겨냥해 M&A쪽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시되는 반도체산업에서 덩치를 키우지 않고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억달러가 넘는 신규공장 건설비 부담은 이들 업체를 M&A 열풍속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M&A 열풍은 다른 한편 인수대상업체의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투자회사의 분석가는 인텔이 레벨원을 인수하면서 지불키로 한 금액은 레벨원의 시장가치에 80%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나 그 자체가 놀라운 것이 아니며 이미 고가의 프리미엄 행진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더욱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반도체시장에서 M&A 열풍이 거세지면서 하반기 이후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같은 현상이 이렇게 일찍 나타날지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도체시장과 달리 반도체장비분야는 아직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으나 반도체분야의 M&A 열풍과 다양한 장비를 원스톱방식으로 주문하려는 고객업체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강한 M&A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월까지 반도체장비업계에서 발생한 M&A건수를 보더라도 이 분야 업체들이 받고 있는 압박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미국 SG코웬사의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반도체장비업체들의 M&A사례는 12건으로 지난 한해 동안의 29건의 절반에 다가서고 있다.
그 규모가 크지 않고 대형 업체들이 주도한 것이 아니어서 커다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반도체장비분야에서도 M&A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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