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도체장비.재료업체들, 국내기업 인수 러시

 최근들어 외국계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의 국내 합작 관계 청산 및 지분 참여를 통한 국내 기업 인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IMF 한파와 반도체 경기 침체로 국내 장비·재료업체의 사업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외국 합작 파트너에 회사 지분 전체를 넘기거나 외국 투자 회사 및 관련 업체에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국내 장비·재료업체의 해외 매각은 지난 2∼3년간 계속돼온 국내 반도체 설비시장의 위축에 따른 국내업체들의 경영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며 동남아 지역 및 한국시장을 겨냥한 외국업체의 국내 진출 노력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회사 설립 초기에 사업 조기정착과 기술이전을 기대하며 외국기업의 자본을 끌어 들였지만 막상 회사 규모가 커지고 일정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는 첨단기술의 이전을 회피하고 경영간섭만을 일삼는 외국 합작선의 사업 행태도 국내업체의 지분 매각과 사업 포기를 유도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반도체 재료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던 동양화학은 지난 97년 독일 헤라우스社와 합작설립한 반도체용 본딩와이어 생산업체인 헤라우스오리엔탈하이텍의 보유지분 40%를 550만달러에 헤라우스측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반도체용 약품 생산업체인 동우반도체약품의 보유 지분도 일본 스미토모화학에 전량 매각함으로써 반도체 재료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미국의 반도체용 가스 장치 생산업체인 에어프로덕트는 본격적인 아시아시장 개척을 위해 최근 국내 중견 가스공급장치 제조업체인 한양기공의 주식을 대량으로 확보하며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됐으며 동종 분야 외국업체인 A사도 현재 국내 관련 업체인 D사의 인수를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포토마스크 생산업체인 PKL은 최근 구주매각 및 신주발행을 통해 외국 자본을 유입하는 과정에서 홍콩 상하이은행과 대만의 반도체 포토마스크 제조업체인 TMC사에 각각 30% 및 23%의 회사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외국계 기업이 됐으며 국내 테플론 수지 생산업체이던 한발테프론도 미국의 반도체 웨이퍼용 캐리어 생산업체인 엠펙사에 인수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이온 주입기 생산업체인 미국 베리안이 국내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한국베리안을 단독 투자 법인으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계 장비·재료업체들의 국내 지분 환수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외국기업들의 움직임이 과연 전체 국내 장비·재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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