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력 양성의 요람인 방송아카데미가 IMF한파에 따른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대표적인 인력 수요처인 지상파방송사들의 구조조정과 독립 프로덕션의 줄도산, 케이블TV사업의 장기부진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방송계 진출이 「하늘의 별따기」격이 됨에 따라 지원자도 줄고 있는 것이다.
관련 학원 관계자들은 『올들어 수강생 수가 지난해 IMF한파가 극심했던 때에 비해서는 다소 늘어나는 추세지만 과거 2∼3년 전에 비하면 견줄 수 없는 숫자』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TV카메라·방송기술·연출 등 13개 과정을 운영하는 MBC방송아카데미(대표 장용)는 지난해 13기(98년 1월∼6월) 650명이었던 졸업생이 14기(98년 7월∼12월)에는 600명으로 50명 정도 줄어든 데 이어 올 수강생은 5백명으로 또다시 감소했다. 이는 이번 학기부터 방송편집·음향학과 등을 1개 학과로 통합하고 게임프로그래밍·영화제작기획 등의 학과를 폐지하는 등 커리큘럼을 바꾼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수강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6개월 과정의 학과를 개설한 SBS방송아카데미(원장 주일청)는 지난해 상반기 졸업생이 330명이었으나 하반기에는 280명, 올해 수강생은 240명으로 지난해 초에 비해 수강생이 100명 가량 줄었으며, KBS사회문화센터(대표 이상덕)도 지난해 9월 350명이 졸업했으나 12월에는 340명으로 줄었으며 이달 말 졸업예정인원은 300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이같은 사정은 대학교 부설 방송아카데미나 사설학원도 마찬가지다. KBS영상사업단과 공동으로 6개월 과정의 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서강대방송아카데미(대표 최창섭·이상덕)은 지난해 상반기 졸업생이 300명이었으나 하반기에는 280명으로 줄었으며 현재 수강인원은 250명에 불과하다.
한국방송아카데미(대표 김학인) 역시 97년 기별(6개월 과정) 졸업생이 200명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100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으며 작년 12월 한국영상아카데미를 통합한 서울국제방송아카데미(대표 문두희)도 지난 97년 졸업생이 기별(6개월)로 200명 정도였으나 작년에는 60명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과거 들어가기만 하면 방송계 입문에 있어 「절반의 성공」이랄 수 있을 정도로 치열했던 경쟁률 역시 뚝 떨어지고 있다.
MBC방송아카데미의 경우 97년에 4 대 1이던 평균경쟁률이 지난해는 3 대 1로, 올해는 2 대 1로 낮아졌으며, 서강대방송아카데미도 97년께 3 대 1 정도였던 것이 지난해부터는 2 대 1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종전에는 수강생 모집공고가 나가기가 무섭게 2∼3일 정도면 정원이 꽉 찼는데 요즘은 모집공고 마감기간이 거의 임박해서야 겨우 수강인원을 채울 정도』라며 『일부 학과는 수강생을 못채워 아예 해당학과를 폐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방송아카데미들이 종전에 앉아서 수강생을 모집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수강신청자 중 등록을 하지 않는 수강생들에게 전화 등록안내를 실시하는가 하면 수강료 할인 등의 다양한 판촉행사를 펼치는 등 IMF사태 이후 방송학원가의 모습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일부 지방대학들이 합격자들에게 등록을 포기하지 않도록 전화설득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방송학원가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10주 과정의 방송진행·TV제작연출 과정을 개설한 연세대방송아카데미(원장 최양수)의 경우 지난해 120만원이었던 수강료를 올해에는 절반인 60만원으로 내려 수강생을 모집,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학원가는 이같은 사정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정부가 독립 프로덕션의 활성화를 위해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의 외주제작 비율을 30%로 상향조정하고 디지털 지상파방송 실시 등 호재가 계속 이어질 경우 한동안 떠났던 수강생들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김성철 한국방송아카데미 기획실장은 『지난해 수강신청 접수기간중 하루평균 전화문의 건수가 50∼60건 정도였으나 실제 등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밝히고 『다음달 초까지 99년 상반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수강신청인원이 지난해보다는 조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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