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공원」을 보면 오래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공룡이 유유히 풀을 뜯는가 하면 시조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상상이나 그림으로만 가능한 일이 너무나 생생히 눈앞에 펼쳐져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가공할 만큼 거대한 크기의 「고질라」나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는 「인디펜던스 데이」, 귀여운 곤충들의 모습이 생생한 「벅스라이프」에 이르기까지 이제 컴퓨터그래픽(CG)이 보여주는 세계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을 현실로 보여주는 컴퓨터그래픽이 최근에는 새로 개발한 제품의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활용돼 주가를 올리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할 경우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보다 생생하게 점검할 수 있고 문제점을 보다 빨리 알아내 개선할 수 있다.
현대정공은 영종도 신공항에 설치될 자기부상열차를 수주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실물제작이 되기도 전에 제작한 것으로 다시 홍콩에 제안용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고속철도 시뮬레이션 역시 도면상태에서 제작, 제안용으로 선보였다. 이 시뮬레이션을 보면 마치 기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기차의 속도와 경치를 실감할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소는 오는 7월경 발사예정인 아리랑 1호의 대국민 홍보를 위해 발사 시뮬레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마치 아리랑 1호에 타고 있는 것처럼 내부와 발사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시뮬레이션은 아리랑 1호 위성 발사 후 전국에 방영할 계획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이용되기 전에는 디자이너들이 제품을 일일이 연필로 스케치한 다음 붓으로 다시 그리고 이것을 찰흙과 석고로 모형을 뜨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또 이 모형에 주물을 붓고 칠을 해야 겨우 제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케치에서 디자인·설계·모형제작까지 모두 컴퓨터그래픽으로 해결한다.
최근에는 이 과정을 자동화해 인간의 생각이 사물로 형상화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
아리랑 1호 시뮬레이션을 제작한 신세계I&C의 한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컴퓨터그래픽에 필요한 장비나 소프트웨어는 가격이 비싸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표적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인 마야의 경우 1만2000∼2만4000달러에 판매될 만큼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조만간 『중소기업에도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의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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