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기운 속에 본격적인 결혼시즌이 시작됐다. 전자상가와 대리점 가전유통점에는 혼수용 가전제품을 사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결혼할 예비 신랑신부는 어림잡아 40만쌍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인 97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다소 위축됐던 혼수가전시장이 IMF 충격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조원이 넘는 혼수가전시장을 둘러싸고 가전·오디오업체들의 고객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다 컴퓨터·통신기업체들까지 결혼시즌을 호기로 삼아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올해 혼수가전 시장상황과 주요 가전업체 및 상가들의 판촉활동, 혼수 유망상품 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혼수가전시장은 1조원 선. 이것은 IMF 여파로 지난 97년보다 약 20%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전체 가전시장이 40% 정도 축소된 것과 비교하면 그 감소폭이 작기는 하지만 가전제품이 혼수 필수제품으로 자리잡은 이래 사상 처음으로 수요가 감소했다. 이는 업체별로 매출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혼수시장은 가전업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호재다. 혼수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매출목표 달성이 좌우될 정도로 결혼시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불황으로 결혼을 미뤄왔던 예비 신혼부부들을 합칠 경우 40만쌍을 넘어설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신혼부부의 결혼비용은 평균 1800만원 선. 이 가운데 22%인 약 400만원이 가전제품 구매비용으로 쓰여진다고 한다. 따라서 지난해 1조원 수준이었던 혼수가전시장은 적어도 20% 이상 늘어나 1조2000억∼1조3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규모는 IMF 이전인 97년 혼수시장보다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혼수시장이 호황을 보일 것이라는 조짐은 예년보다 한달 정도 앞서 결혼시즌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3월말부터 혼수가전시장이 불붙었는데 올해는 벌써 3월초부터 가전업체를 비롯, 대리점·할인점·백화점들이 나름대로 판촉행사를 구사하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을 유인하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3, 4, 5월로 이어지는 올 봄에 결혼을 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10만∼12만쌍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이 구입하는 혼수용 가전제품의 수요는 4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혼수용 가전제품으론 TV·VCR·냉장고·세탁기·청소기·전자레인지·전기밥솥이 필수제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들어 식기건조기·주서믹서도 필수품목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전자레인지 대신 가스오븐레인지를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적은 수요이기는 하지만 식기세척기도 혼수품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올해 혼수가전시장의 특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알뜰구매 심리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자금사정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 등 전자 전문상가와 대리점을 찾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기능이나 크기를 한단계 낮춰 꼭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TV의 경우 25인치와 29인치가 주력상품이기는 하지만 고급형보다는 보급형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VCR도 8헤드 등 고급제품보다 4헤드에 하이파이기능을 갖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세탁기와 냉장고도 같은 크기라면 20∼30% 정도 싼 보급형 제품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 각 일선 유통현장에는 기획상품 등 염가형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돼 있어 적은 돈으로 대형이나 고기능 제품을 구입하려는 예비부부들에게는 오히려 예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혼수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업체는 가전업체들이다. 각 업체들은 다양한 판촉안을 내놓고 수요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외산 가전업체 등 가전제품 공급업체와 오디오업체는 물론 컴퓨터업체들까지 예년에는 3월말에 시작하던 혼수판촉전을 이미 3월초부터 시작하면서 다양한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자사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추첨, 100명에게 여행경비 100만원을 지급하는 「100만원을 드립니다」라는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200만원 이상 구매고객 가운데 20명을 시드니올림픽에 초대하는 경품행사를 포함한 판촉프로그램 「일등혼수 대특매」를 지난 5일부터 시작해 이달말까지 실시하며 한국신용유통은 하이마트를 중심으로 지역특성에 맞춰 나름대로 특색있는 혼수이벤트를 꾸미고 있다. 이들 3사는 TV·냉장고·세탁기·VCR 등 7∼10개 주요제품으로 구성된 패키지상품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패키지 상품은 자사상품으로 일괄구매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교적 많은 할인폭을 제시하고 있으며 고가의 사은품도 덤으로 주고 있다.
오디오의 경우 TV나 냉장고에 비해 구매결정 우선제품에서 다소 뒤로 밀려 있는 제품이긴 하지만 혼수를 구입할 때 한꺼번에 사지 않으면 따로 사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아직도 혼수시장에서 중요한 제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내수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오디오 전문업체들도 올해 혼수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냉장고·TV·VCR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외산 가전업체들은 국내업체들 못지않게 혼수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어왔던 외산 가전업체들은 냉장고 공급업체를 중심으로 신제품 도입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데 3월 한달 동안 브랜드 세일을 실시하고 백화점 세일이 시작되는 연중 최대의 성수기인 4월에 영업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이번 혼수시즌 이후 내수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춰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혼수가전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가정용 PC구매가 기대 이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PC는 신세대 가정에서 이미 보편화된 가전제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 예비 신혼부부의 10∼15%가 혼수로 PC를 구매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수요만 5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양판점·백화점·창고형할인점들도 본격적인 결혼시즌을 맞아 혼수판촉을 준비하고 있다. 또 테크노마트와 용산전자상가, 국제전자센터 등 주요 상가들도 혼수수요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이벤트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여튼 올해 혼수용 가전제품의 시장경쟁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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