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류하는 ITS 시범구축 사이트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시범구축 사이트의 운영문제가 표류하고 있다.

 특히 첨단 교통시스템 구축계획의 경우 정부정책을 신뢰하기 힘들 정도로 혼선을 거듭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관계기관의 무책임·무능력과 고질적인 부처 이기주의가 맞물려 빚어진 이번 사태는 관련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선진국 진입이라는 우리의 원대한 목표달성을 난망하게 만드는 중대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번에 문제가 된 ITS 시범운영 사이트가 바로 우리의 교통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건설교통부·교통개발연구원·과천시·도로교통안전협회 등이 시스템 구축비로 83억원을 투입하여 만든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프로젝트가 지난해 10월부터 표류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다.

 더욱 유감스런 일은 이 프로젝트의 운영방안·비용분담·운영주체를 놓고 벌이는 관련기관간의 관할권 다툼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또 ITS 시범구축 사이트의 운영을 둘러싸고 이처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도 당초 과천시에 ITS시범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던 건교부가 사업확대, 유사사업간 연계성 확보, 유지보수 등 향후 운영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이로 인해 이 사업에 동참했던 각급 기관이 향후 운영계획을 제각각 해석하는 등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지난 96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비 24억원을 지원했던 건교부의 ITS 운영비도 「ITS서울세계대회」가 종료된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중단되고 있다.

 또 그동안 과천시 지능형교통사업소 중앙관제실에서 신신호 교통제어부문을 관리해 왔던 교통경찰도 지난 1월 철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천시가 올해 5억6000만원의 예산을 배정, S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교통경찰이 철수한 ITS시스템 관제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신호제어 업무가 경찰청 소관이란 점을 감안하면 과천시가 ITS시스템 관제실을 운영한다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과천시 관계자들도 『단속 결과를 경찰청에 통고해야 하고 범칙금은 국고로 귀속되는 사업의 운영비를 왜 과천시가 단독으로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 사업에 동참했던 민간사업자들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무상 현물출자를 통해 시스템 구축에 나섰던 업체의 경우 과천시가 당초 계획과는 달리 교통정보시스템과 주행안내시스템을 활용 또는 확장하지 않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기설치된 시스템 철거에 나서는 등 흔들리는 교통정책으로 인해 이중삼중으로 손해를 봤다.

 또한 과천시내 구간에서 운영중인 버스도착정보 안내시스템도 서울시와 안양시 등 인근 도시와의 교통정보시스템 교류 및 연계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과천시 구간에서만 적용되고 있으며 이미 설치가 완료된 의왕-과천 구간의 통행료 자동징수시스템도 언제부터 운영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업자들만 손해를 본 셈이다.

 첨단 교통시스템 구축사업이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의 행정이 아직도 전시행정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사전검증과 분석을 통해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도 초기 단계에서 향후 시스템의 운영계획을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결과 교통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던 과천 ITS 시범사이트가 대회 종료 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니 한심한 일이다.

 하나의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다른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지금부터라도 교통산업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우리의 교통정책을 차근차근 재점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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