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엽 태원정보시스템 사장
컴퓨터 2000년(Y2K)문제는 어느 한 산업분야에 치중된 문제가 아니다. 정보시스템은 물론 각종 제어시스템, 자동화설비 및 전자의료기기 등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의료기기 Y2K문제는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훨씬 더하다. 사전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진료서비스에 대한 불신은 물론 국민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벌써 일부 초음파 영상진단기에서는 신생아 출산 예정일 연산 결과 표시 등의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기에 나타날 수 있는 Y2K문제는 의료진에게 오류정보를 제공하거나 기기의 작동 중지 등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반드시 필요한 진료 행위가 불가피하게 중단될 수 있으며 연령 계산의 오류라 하더라도 방사선 치료장비 등에서의 오류 발생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오류 정보가 타 정보기술(IT)시스템과 연동되었을 경우, 순차적 분류 오류로 인하여 저장된 검사 기록의 조회가 불가능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의료기기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료기관 및 관련단체가 공동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의 병·의원급의 경우 Y2K문제가 주로 IT분야를 중심으로 다루어져왔을 뿐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전반적인 인식 부족으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가 대부분 영세하고 광범위하여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점들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Y2K문제는 어느 한 분야만 노력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급업체, 사용자 및 정부 등 전체 의료계가 총력을 기울여야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급업체는 도덕적인 기업 윤리관과 헌신적인 지원 자세로 제작 또는 도입한 장비의 문제점과 대책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IT분야의 Y2K문제 해결 방식과는 달리 의료기기는 내부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외부에서 수정하는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작사 또는 공급업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보유중인 장비에 대하여 Y2K와 관련된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사용중인 장비의 목록을 작성하여 제작사로부터 의료기기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문서로 보증받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있는 장비에 대해서는 수정 및 교체를 실시하고 장비가 오작동할 경우 철저한 대책 수립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류정보가 다른 시스템과 연동되는 장비라면 연동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이 타 시스템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보장을 위한 보험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을 대상으로 삼는 Y2K관련 보험보다는 병원을 포함하는 등 보다 현실성 있는 Y2K 보험상품의 적극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방책임을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다가오는 새로운 천년을 보다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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