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PC업계, 수익원 다양화 "바람"

 미국 PC업체들의 사업전략에 중대한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극심한 가격경쟁에 따른 마진율 하락, 인터넷 전자상거래(EC)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장환경은 더이상 전통적인 사업방식을 허락하지 않게 됐다.

 컴팩컴퓨터를 비롯해 IBM·델컴퓨터 등 내로라하는 PC업체들은 따라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가격경쟁으로 위협받는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고부가 서비스나 온라인 판매, 다른 업체와의 제휴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저가전략을 바탕으로 한 그동안의 물량공세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지난 수년간 50%를 넘게 기록해 오던 델의 매출신장률이 최근 분기에 처음 38%로 둔화됐다는 사실이나 올들어 1, 2월 중소기업시장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컴팩, 또 최근 분기(98년 10∼12월) 판매량이 전 분기보다 9% 줄어들었다는 마이크론의 실적 등은 향후 PC업체들의 저성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PC업체들이 펼치고 있는 새로운 사업전략은 대체로 3가지 분야에 집중된다.

 인터넷접속 서비스와 금융지원·전자상거래가 그것으로, 단순 하드웨어 판매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델은 최근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의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까지 망라하는 대형 온라인 컴퓨터상점을 개설했고 컴팩은 전자상거래 강화의 일환으로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서드파티업체들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말하자면 인터넷을 매체로 한 소매업체로의 변신인 것이다.

 게이트웨이는 지난해부터 실시한 인터넷 서비스 및 파이낸싱 프로그램 「유어웨어(YourWare)」가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효자 수입원으로 자리잡자 여기에 더욱 총력을 쏟고 있다.

 이 금융서비스는 자사 PC와 함께 주변기기·소프트웨어 등을 구입하거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장기 분할납부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게이트웨이는 이를 통해 판매확대와 서비스요금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됐다.

 특히 인터넷접속 서비스는 이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요소로 꼽힌다.

 게이트웨이는 여기서 이용자들에게 매달 15달러의 인터넷 이용료를 받아 실질적인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인 UU넷에는 7달러만 주면되기 때문에 나머지는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게이트웨이에 의하면 지금까지 미국시장에서 20여만명이 「유어웨어」 프로그램에 가입했으며 올중반에는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업체는 또 최근 1000달러 이상의 자사 가정용 PC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1년간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인터넷분야에 대한 왕성한 의욕을 보여주고 있다.

 델·컴팩 등 다른 PC업체들도 각각 ISP들과 제휴를 맺고 지난해부터 자사 홈PC 고객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이같은 부가서비스를 통해 이들 업체가 받고 있는 이용료는 가입자당 월 25∼50달러 정도로 ISP들과 절반씩만 나눠도 상당한 벌이가 된다는 얘기다.

 이는 물론 ISP들에도 고속 디지털가입자회선(DSL)이나 케이블모뎀 등이 하드웨어업체를 통해 번들로 제공되기 때문에 그만큼 가입자 확보가 쉽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PC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EC, 즉 인터넷을 통한 소매업이다.

 이들은 「공급업체→소매점」이라는 전통적인 유통채널에서 벗어나 웹을 통해 직접 소비자들과 상대하거나 또는 다른 업체들의 컴퓨터관련 제품까지 모두 취급하는 슈퍼마켓 방식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컴팩은 포털사이트인 알타비스타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월 온라인 소매점인 「쇼핑.컴(Shopping.com)」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비욘드.컴(Beyond.com)」과 손을 잡고 소프트웨어 온라인 판매에 나서는 등 전자상거래사업 기반을 위한 일련의 정지작업을 단행했다.

 이미 웹 판매에서 일대 성공을 거둔 델 역시 최근 「기가바이스.컴(Gigabuys.com)」이라는 대형 온라인상점을 개설, 온라인 소매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여기서는 자사 PC는 물론 스리콤의 팜파일럿 PDA나 디지털카메라·프린터·소프트웨어 등 다른 업체 제품까지 3만여종이 판매된다.

 게이트웨이 또한 이와 유사한 온라인상점을 준비중으로, 지난달 컴퓨터 리셀러인 NECX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0% 상당의 지분을 투자했다.

 「스폿숍(SpotShop.com)」이라고 하는 이 온라인상점 역시 3만종이 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데 게이트웨이는 이 사업을 자사 「유어웨어」 전략을 보강하는 또다른 무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IBM의 경우 온라인 리셀러인 「첨보.컴(Chumbo.com)」과 협력, 자사 「이지초이스(Easychoice.net)」 사이트를 통해 소프트웨어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휴렛패커드(HP)도 최근 인터넷전략의 일환으로 기업고객에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를 온라인 공급하는 「e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PC업체의 전자상거래사업은 물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들은 온라인시장이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통적인 상거래와 사업방식까지도 바꿔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감지하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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